처음 아기를 만났던 그때
결혼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이제 아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결혼하면서 신랑과 이야기했던 가족계획은 신혼 6개월을 보내고 아기를 갖자 였는데... 우리 생각처럼 원하는 때에 딱 아기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엽산도 먹고, 몸도 관리하고, 날짜도 세어가며.. 그렇게 아기를 기다렸고 선물처럼 아기가 찾아왔습니다.
기다렸던, 계획했던 아기라 기뻤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설렘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 기쁨과 설렘만큼 몸의 변화도 크게 찾아왔습니다.
아기가 찾아왔다는 것을 병원에서 확인한 그날, 저녁부터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감기와 함께 아기가 들어선다고도 하는데 딱 제가 그랬습니다. 약을 먹을 수도 병원에 갈 수도 없어 고스란히 감기를 견뎌야 했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감기약 조차 먹을 수 없는 몸 상태가 되는구나... 내 뱃속의 작은 씨앗도 나만큼 적응하느라 쉽지 않겠지... 이것 또한 지나갈 거야’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지독한 코감기가 지나가자 입덧과 두통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들만큼 엄청 심한 입덧은 아니었지만 맨 밥 냄새만 맡아도.. 맹물만 먹어도 메슥거리고는 엄청난 미각과 후각을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대장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작은 냄새, 맛에 예민했지요. 그리고 반나절 이상을 어지러워 누워있기 일쑤였습니다.
그 당시 오후에 파트타임으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그 시간까지 침대에 붙어있다가 겨우 몸을 추스르고 나가곤 했습니다.
먹덧이라고 먹어야 속이 편하다 하지요. 그건 먹고 싶어서가 보다 ‘이거는 먹을만하겠다’ 싶어서 먹는 것이었습니다. 메밀면, 냉면 등 차가운 음식이 뜨거운 음식보다 냄새가 없어 덜 메슥거렸죠.
배 멀미가 몇 주는 지속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집 침대에 누우면 밖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 아이들도 모두 엄마들의 이런 고통 가운데 태어났겠구나’ 생각하니.. 마냥 예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 모든 엄마가 존경스럽다.!’라는 마음은 저절로 생겼습니다.
임신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입덧과 두통을 줄었지만 임신 당뇨 판정을 받고 식단을 꽤 조심하며 먹게 되었어요. 탄수화물 no! 당류 no! 단백질 야채 위주의 건강한 식단 OK! 그렇게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를 하면서 임신 중기와 후기를 보냈습니다. 막달이 되니 몸은 어찌 그리 무거운 지요.. 새벽마다 볼일 보러 화장실 가는 게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예정일 2주 전에 3.32kg의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출산의 고통이요..? 이것은 말하지 않아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저는 7시간의 진통, 평생 처음 겪었던 아픔,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하는.. 하반신이 내 꺼가 아닌 듯한....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자 뜨거운 핏덩이가 제 가슴팍에 파고들었습니다. 그렇게 임신의 어려움을 10달 동안 끌어안고 출산의 고통을 누리며 아이를 낳았습니다.
‘뱃속에 잃을 때가 편하다!’라는 말을 단 하루 만에 실감하면 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