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마쓰 여행 04
일본 다카마쓰 여행 04
다카마쓰 (1)
다카마쓰는 나오시마, 데시마 등 건축가와 예술가의 아트섬도 유명하지만 오랜 과거부터 이 지역의 돌과 흙을 기반으로 공예가 발달한 도시였다. 이곳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을 선보였던 이사무 노구치와 조지 나카시마의 뮤지엄을 가기로 한 날. 작년 세토우치 예술제를 기념해 오픈한 야시마 산 전망대까지 세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문제는 이사무 노구치 뮤지엄의 스케줄이 꽤나 까다롭다는 것. 일주일에 단 3번, 화/목/토 요일에만 오픈하는 데다가 시간대별로 예약을 해야만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사무 노구치 뮤지엄 예약 일정에 맞춰서(!!!) 일정을 조율했다. 우리는 목요일 오후 3시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받아, 오전에 야시마산 전망대와 조지 나카시마 기념관을 갔다가 이사무 노구치 뮤지엄 근처에서 우동을 먹고, 관람을 하기로 했다.
다카마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토덴. JR라인으로 총 3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고토히라선(노란색), 나가오선(초록색), 시도선(분홍색).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고토히라 궁이나 붓쇼잔 온천, 리츠린 공원은 고토히라선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가 가는 세 곳은 모두 시도선!
가와라마치 역 Kawaramachi St. > 고토덴야시마 역 Kotoden-Yashima St. (17분, ¥250)
고토덴야시마 역 바로 앞에서 야시마 산조 행 셔틀버스 탑승 (8분, ¥100)
호텔 근처였던 가와라마치 역에서 고토덴 시도선을 타고 15분 정도, 고토덴 야시마 역에 도착했다. 지방 소도시이다 보니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작은 무인역으로 운영 중이었다. 티켓 자판기만 덩그러니 놓여있지만 자발적으로 티켓을 끊고 열차를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토덴 야시마 역도 엄청 오래된 건물이라 놀랐는데, 1929년 지어진 100여 년 된 역사! 일본 산업화의 헤리티지라는 수여증도 볼 수 있었다.
1934년 세토내해가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관광산업을 위해 함께 개발된 열차 라인이다. 역에서 나오면 바로 마주 보이는 야시마 산. 모자 같기도 한 야시마 산은 편편한 지붕 같다 하여 집(덮개) 옥을 한자를 써 야시마屋島라 지어졌다.
야시마 산 정상에는 야시마 절과 세토내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원래도 유명하지만 우리가 향한 이유는 바로 작년에 오픈한 커뮤니티 공간 '야시마루 Yashima-ru'를 보기 위해서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22> 일환으로 오픈한 야시마루는 SANAA 출신의 타나카 스오 Tanaka Suo가 설계했는데, 스승의 영향일까, 시그니처인 곡선이 아름다운 전망대이다.
Yashima Mountaintop Park
Address | 일본 〒761-0111 Kagawa, Takamatsu, 屋島屋島東町 1784-6
Opening Hours | TUE Closed, 09:00 - 17:00
Admission Fee | Free
야시마 산은 해발 293m. 마을에서 30분 정도면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타이밍이 맞다면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우리는 시간이 금인 관광객이니까요..? 역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는데 한글도 적혀있었다. 셔틀버스가 1시간에 한 대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미리 구글맵으로 검색해 보고 이동했다. ( 8:45 / 9:45 / 10:45 / 11:25 / 12:25 ... )
버스 타고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반대편은 고켄잔산! 저곳이 바로 이사무 노구치의 작업실이 있는 무레 Mure 마을이다. 화강암의 종류 중 하나인 아지석이 나는 곳으로 돌 공예 아틀리에와 석공장이 많은 곳.
버스에서 내려 전망대로 가려면 먼저 절을 지나가야 한다. '옥도사'라 불리는 야시마 절.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흰 옷과 삿갓을 쓴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절을 찾아온 순례자들이다.
<시고쿠 오헨로(お遍路)의 길>이라 하여, 1200년 전 진언종 창립자 홍법대사와 인연이 있는 시고쿠 내 4개 현의 총 88개 사찰을 순례하는 것. 총길이 1400km로 40~45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야시마 절은 그중 84번째 절! 순례자들은 '오헨로상' 번뇌를 벗어난 순수한 영혼이라는 뜻의 흰색 승복과 홍법대사를 상징하는 삿갓과 지팡이를 착용한다. 그래서인지 버스에도 삿갓을 쓴 너구리 그림을 볼 수 있고, 절 내에서의 기념품이나 동상 역시 삿갓을 쓰고 있다. (매우 귀엽다)
돌의 산지답게 기념관이나 석상의 디테일도 놀랍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절을 걷다 보면, 관광지다운 상점가가 나오고 드디어 전망대로 향한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야시마루가 있는 방향에서는 다카마쓰항이 보인다.
드디어 전망대 도착! 먼저 내부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한다. 직접 걸어봐야 길의 변화가 더욱 느껴진다. 전면이 유리 곡선으로 이루어져 전망대를 따라 걸으며 바다를 볼 수 있는데, 걸을 때마다 복도의 높이와 간격이 달라지면서 다이내믹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전망대를 따라 벚꽃나무가 만개했는데, 바다와 함께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내부에는 카페와 전시장이 작은 규모로 있었고, 세토내해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장면 '겐페이 전투'를 주제로 한 파노라마 시네마도 있다.
중간중간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었고, 지역의 도자기를 소개하는 전시도 진행 중이었다. 곡선의 지붕을 덮은 기와 역시 이 지역에서 나는 아지석으로 만든 기와.
바로 옆에는 조그만 샵이 있었는데, 역시나 돌과 관련한 아이템들을 판매 중이다. 일본의 토메이시 Tomeishi. 말 그대로 정지석 Stopping Stone, 방문객에게 멈추라고 안내하는 돌이다. 경계석이라고도 하는데 일본 정원이나 다실에서 사용한다. 나오시마, 데시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가 묵은 콤포트 호텔 로비에도 지역 기념품으로 장식장에 있더라!) 돌로 만든 북스탠드와 북앤드도 갖고 싶었지만.. 가격도.. 무게도... 눈에만 열심히 담아봄
내려오는 길에 있는 시코쿠 무라와 와라야. 시고쿠 무라는 1976년 개관한 민속 박물관으로 에도 시대와 메이지 시대의 민가를 재건축하거나 이전, 복원한 마을이다.
특히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시고쿠 무라 갤러리도 볼 수 있다. 물의 정원처럼 계단식으로 물이 흐르는 공간이 유명하다. 그 외에 넝쿨다리 '카즈라바시'나 전통 양조장과 공연장 등 궁금했지만 아쉽지만 예약 시간 때문에 내부는 둘러보지 못하고 이동했다.
시코쿠 무라 안내 센터 바로 앞에 위치한 우동집 '와라야 Waraya'도 유명한데, '밀집을 올린 집'이라는 뜻으로 에도 시대 말기의 초가지붕을 얹은 농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실 와라야가 시코쿠 무라의 시작점이다. Katolec Corporation의 창업자 가토 다쓰오가 선원들이 은퇴 후 일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우동집으로, 그가 애정했던 '초가지붕'을 얹은 민가들을 보존하기 위해 사모은 것이 시코쿠 무라 민가 박물관이 되었다.
우동의 본고장답게 다양한 우동을 판매하는데, 자이고 우동(시골우동)이나 4-5인분도 가능한 가마아게 우동이 인상적이었다.
#미하치나오시마 #다카마쓰 #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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