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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훈 Jun 01. 2020

《한정희와 나》와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페미니즘을 통한 소설 바라보기

사회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이 활발히 논의되며 페미니즘 문학 연구 방법은 근대 소설의 성립과정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중요한 분석의 방법으로 등장한다.《82년생 김지영》과 같은 페미니즘 소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으며, 기존의 문학들을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는 시도 또한 계속하여 이어지고 있다. 페미니즘은 성별에 의한 인간 불평등을 초래한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하여 탐구한다. 성별의 차이가 불평등과 차별을 만들어 내었으며, 이러한 성별은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것이 아닌 문화적 배경과 정치적인 담론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여성이 다루어지는 모습을 담은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 따르면 어떤 집단도 타자와 직접 대립하지 않고는 자기 자신을 주체로서 파악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자아에 대한 의식은 타자와의 대립적인 관계 안에서만 획득할 수 있으며, 이러한 타자성은 자기를 본질적이라 주장하고 타자를 비본질적인 객체로 설정함으로써 자신을 확립시키는, 인간에 대한 주체성을 조직하기 위한 필수적인 대상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문명의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두 편의 소설 《한정희와 나》와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에는 소설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들이 표현된다. 《한정희와 나》에서는 말괄량이의 어린 여성으로,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는 인민혁명당 사건에 연루된 언니의 남편을 구하려는 여성으로 소설에 나타난다.


소설 《한정희와 나》에서는 자연스럽게 설정되어진 말괄량이의 어린 여성으로의 ‘한정희’와 고모부인 ‘나’와의 관계로부터 이러한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정희는 자신의 부인을 주었던 마석부부가 입양했던 아들인 ‘재경’의 딸이다. 재경이 사기 및 배임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자 아내의 부탁에 따라 ‘정희’는 고모부인 ‘나’의 집에서 지내게 되고, 나는 정희가 있는 동안 정희가 가해자가 된 학교폭력 사건과 그에 대한 정희의 태도를 보며 작가로써의 자신의 주체에 대해, 또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고, 복수를 생각하지 않는” 절대적 환대라는 것들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이 소설에서 한정희라는 여성의 인물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의 남성인 고모부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로써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타자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희는 마석부부에게도, 또 자신의 아버지 ‘재경’에게도, 끝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과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해버린 ‘나’와 함께 지낼 수 없는 이방인이 되어 저마다의 ‘타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에서는 이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규정되기도 한 인민혁명당 사건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의 모습과 그의 여동생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에서 ‘엄마’는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고, 목요 기도회와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활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순애 언니’의 남편이 무고하다는 것을 밝히려는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즉 위계질서·지배·폭력·억압과 같은 남성성으로 상징되는 국가권력에 대항하며 주체적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듯싶지만, 사실 타자로 지정된 것은 반대로 ‘엄마’, 자신이게 된다.


집단적인 정체성으로의 민족주의는 정치적 공동체 구성원들의 결속을 위하여 외적인 구별을 전제한다고 한다. ‘우리’와 구별되는 ‘타자’의 존재가 설정될 때 ‘우리’의 의미가 결정되며 집단 정체성이 형성된다. 즉, 타자를 타자화함으로써 집단 정체성이의 형성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정치적 주류집단과 소수 집단과의 긴장 및 갈등 관계이다. 정치적 주류집단이었던 국가권력이 폭력과 억압 및 사법권을 통하여 소수 집단을 무력화시키며, 타자가 되는 것은 국가에 대항한 소수 집단이었던 ‘엄마’를 비롯한 국가권력의 피해자들이다. 가부장적 국가권력에 의해 살해당한 그들을 보며 ‘엄마’는 “세상의 단단함이, 상식으로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그 단단한 벽”에 의하여 침묵하게 되었다 표현된다.


이처럼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에서는 국가권력으로부터 타자가 된 여성의 모습과, 남성 및 여성을 전통적으로부터 결합된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소설에서 ‘엄마’는 현재의 비슷한 상처를 가진 현재의 남편을 만나 자신을 의탁하며 ‘언니’에게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나타내려 노력한다. 이를 통해 현재의 언니의 상황과 과거의 기억을 회피하려고 한다. ‘순애 언니’도 고문으로 몸이 불편해진 출소한 남편의 수발을 들며 사는 등 희생을 감내하는 숭고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김주리, 노지승,(2008).페미니즘 문학 연구 방법과 한국근대소설.한국현대문학회 학술발표회자료집,().

보부아르시, 이희영, & Beauvoir, S. (2017). 제2의 성. 1 (3판 ed.). 서울: 동서문화사.

이기호 (2017). 한정희와 나. 문학과사회, 30(1), 143.

최진우. (2015). 민족주의와 문화정치. 파주: 한울아카데미,9-10.

최은영. (2014).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문학동네, 21(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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