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입니다. 아기를 낳기 전에 겨울이 추울수록 좋고 여름은 더울수록 좋았답니다. 아직 지구가 건강하구나..하며 안도했었어요. 그러나 아기를 낳고 나니 추운 것도 더운 것도 싫은 사람이 되었지요. 희한하지요. 자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 삶뿐만 아니라 사고방식까지 변화시켰습니다. 그렇게 고치기 힘들었던 습관까지 고치게 만들어주었어요.
나는 청소를 잘 안했어요. 하하하! 나는 정말로 청소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다시 덮을 이불을 왜 개야하는지, 다시 펼칠 책을 왜 책꽂이에 넣어야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가 없었어요. 엄마한테 아무리 혼나도 청소가 안 된 방에서 지내는 것의 불편함은 전혀 없었어요.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아 종종 불편하기도 했지만, 청소하지 않는 편안함을 가질 수 있으니 그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셋이 되다보니, 더러운 집에 있는 것이 힘들어졌어요. 안그래도 정신 사나운데, 집까지 어질러있으면 마음이 너무 고됐어요. 바닥에 떨어져있는 모든 것을 입에 넣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든 것이 장난감화(化)되어 형제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기이한 변화를 지켜보며 본능적으로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 정리라는 것을 하게 되더군요.
물건 하나 찾는데 몇 분씩 어떤 때는 몇 십 분씩을 쓰면서 외출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아기 양말 짝이 왜 안맞지? 아기띠는? 아기 모자는? 내 지갑은? 차 키는!!! 레벨마다 미션들이 줄줄이. 그 미션을 다 클리어해야 외출할 수 있는 상황이 짜증났어요. 가방을 집어 던지며 ‘안 나가 안 나가!’를 외치기도 했지요. 외출하는 것보다, 외출 준비가 더 힘든 삶. 그래 이럴 바에 청소를 하고 말지 내가!
이렇게 저절로 청소라는 것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 엄마가 나에게 30년 동안 화내고 종종 때리면서까지 고치려고 했던 그 습관이 5년 만에 고쳐지는 기적이! 물론 사람은 그 본성 자체를 바꿀 수 없다는 거 아시죠? 깔끔쟁이가 된 것이 아니라 제 삶에 ‘정리’라는 것이 있게 된 것이지요.
습관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여 삶이 된다고 합니다. 나의 삶을 순식간에 바꿔놓는 ‘자식’이라는 존재를 떠올릴 때마다 참 희한합니다. 우리 엄마는 내게 용돈도 주고, 칭찬도 해주고, 밥도 챙겨주고, 집도 제공해주었는데 엄마의 어떤 말에도 흔들림 없이 고수했던 불(不)청소의 신념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모든 것을 다 챙겨줘야만하는 쪼끄만한 것들 앞에서는 그 바위같던 30년의 신념이 꽃잎처럼 샤르륵 날아가버리네요.
셋째가 감기에 걸렸어요. 콧물이 주룩주룩. 엄마 마음도 주룩주룩 녹아내립니다. 한창 추워야할 겨울에 따뜻한 날씨를 맞이하며 다행이다... 감사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아이들은 나에게 지구보다 더 거대하고 엄청난 존재가 되었군요. 내 삶의 바꾼 그들을 보며, 나를 잠 못자게 하고 분노의 최고치를 경신하게 만드는 그들을 보며, 자식이 뭔지...그놈의 자식이 뭔지... 그래도... 요거요거 참 귀엽네.....
당신은 아이를 낳고 어떤 삶의 모습이 극적으로 변화했나요?
아이를 낳고 기르며 바뀌게된 당신의 신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