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불안정한 가정에서 지낸다.
촬영을 하면서 이건 삼촌이랑 둘 만의 비밀 얘기야, 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아픈 이야기를 듣게 되고, 절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눈시울이 뜨거워지지만 눈물을 보일 순 없다.
행여나 나의 눈물을 보고 그 아이가 현실을 직시할까봐.
아직은 당연시 여기는 본인의 세상이 사실은 위태롭다는 걸 지각할까봐.
그래서 난 결국 고개를 돌린 채 눈물을 훔치며 병신같이 말한다.
다음에 또 올게.
진짜 병신.
지키지도 못할 말.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그릇도 아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