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말의 탄생
나는 가끔, 아니 자주
꿈속에서 어떤 숫자나 단어가 떠올라 잠이 깬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눈을 뜨면 그 단어를 잊기 전에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날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단어가 들려왔다.
잠에서 깨어나 검색해 보니 그건 나이키 운동화의 이름 중 하나였다.
이상했다.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내 꿈속에서는 너무 또렷하게 들렸다.
그 후로도 나는 꿈에서 들린 숫자와 단어들을 조용히 메모해 두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로또 사야겠네"라며 웃었다.
나는 로또 사는 법을 모른다.
가끔 남편이 부탁해서' 자동으로 달라고 하면 줘요'라고 알려줘서 심부름을 한 게 전부였다.
그래서 내 꿈의 숫자들은 복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비손"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중얼거렸다.
"푹 자고 싶은데 비손은 또 뭐야"
검색창에 '비손'을 치자
"헉!"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 주변의
강 이름 중 하나였다.
"이 상황이 뭐지? 예언가도 아니고 좀 무섭네"
나도 모르는 단어가 어떻게 내 꿈속에 들어온 걸까.
그즈음 나는 어린이집 개원을 준비 중이었기에
"이거 계시인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결국 나는 그 단어의 의미보다 단어를 말할 때 들리는 소리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갔다.
비손이라는 단어가 이쁘게 들렸다
언젠가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다면
비손이라는 이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그럼 내 회사 이름으로 쓰면 어때?'라고 했다.
그렇게 남편의 회사 이름은
비손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 후로 한동안은 그런 꿈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어젯밤 잠 속에서 다시 한 단어가 들렸다.
누가 속삭인 것도 아닌데 머릿속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쥬시앙트" 이불속에서 그 단어를 되뇌며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중얼거렸다.
일어나야 할 시간에 알람이 울렸고
일어나자마자 "쥬시앙트"를 검색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 단어는 없었다.
전에는 꿈속에서의 단어를 검색하며
나는 모르지만 세상에는 있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될 때 참 많이도 신기해했었다.
그러나 없는 단어라는 걸 알고 나니 이상하게도
그 단어의 뜻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안 어딘가 깊은 곳에 조용히 저장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쥬시앙트"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단어, 내 꿈이 먼저 발견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메모장에 적었다.
"쥬시앙트"....
비손이 나에게 와 하나의 의미가 된 것처럼
언젠가 쥬시앙트도 그 뜻이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