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알려준 단어들>Ⅰ

존재하지 않는 말의 탄생

by 이작가야


나는 가끔, 아니 자주

꿈속에서 어떤 숫자나 단어가 떠올라 잠이 깬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눈을 뜨면 그 단어를 잊기 전에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날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단어가 들려왔다.

잠에서 깨어나 검색해 보니 그건 나이키 운동화의 이름 중 하나였다.


이상했다.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내 꿈속에서는 너무 또렷하게 들렸다.


그 후로도 나는 꿈에서 들린 숫자와 단어들을 조용히 메모해 두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로또 사야겠네"라며 웃었다.

나는 로또 사는 법을 모른다.

가끔 남편이 부탁해서' 자동으로 달라고 하면 줘요'라고 알려줘서 심부름을 한 게 전부였다.

그래서 내 꿈의 숫자들은 복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비손"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중얼거렸다.

"푹 자고 싶은데 비손은 또 뭐야"

검색창에 '비손'을 치자

"헉!"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 주변의

강 이름 중 하나였다.

"이 상황이 뭐지? 예언가도 아니고 좀 무섭네"


나도 모르는 단어가 어떻게 내 꿈속에 들어온 걸까.

그즈음 나는 어린이집 개원을 준비 중이었기에

"이거 계시인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결국 나는 그 단어의 의미보다 단어를 말할 때 들리는 소리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갔다.

비손이라는 단어가 이쁘게 들렸다

언젠가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다면

비손이라는 이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그럼 내 회사 이름으로 쓰면 어때?'라고 했다.


그렇게 남편의 회사 이름은

비손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 후로 한동안은 그런 꿈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어젯밤 잠 속에서 다시 한 단어가 들렸다.

누가 속삭인 것도 아닌데 머릿속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쥬시앙트" 이불속에서 그 단어를 되뇌며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중얼거렸다.

일어나야 할 시간에 알람이 울렸고

일어나자마자 "쥬시앙트"를 검색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 단어는 없었다.


전에는 꿈속에서의 단어를 검색하며

나는 모르지만 세상에 있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될 때 참 많이도 신기해했었다.

그러나 없는 단어라는 걸 알고 나니 이상하게도

그 단어의 뜻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안 어딘가 깊은 곳에 조용히 저장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쥬시앙트"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단어, 내 꿈이 먼저 발견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메모장에 적었다.


"쥬시앙트"....


비손이 나에게 와 하나의 의미가 된 것처럼

언젠가 쥬시앙트도 그 뜻이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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