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부하는 동기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줬다.
두 곡은 이미 세상 밖으로 나온 음반이고,
한 곡은 아직 조용한 작업실에서
숨 쉬고 있는 데모곡이다.
세 곡 모두 분명히 ‘내 노래’인데,
한 곡은 유난히 낯설다.
선생님께서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봤다고
보내주신 따끈따끈한 노래.
제목은 '영원히'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내가 써놓은 가사에
곡을 붙여 녹음을 해 놓은 노래.
다양한 악기를 얹고, 기계음을 더하고,
내 목소리는 여러 번 손을 거쳐 반짝였다.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더 완성된 느낌.
그렇지만 여전히 ‘나 같지 않은 나’가
아이러니하게도 더 괜찮아 보였다.
동기들과의 단톡방에 올려놓은
나의 노래 세 곡.
“지적 좀 해줘.”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사실 속에서는 꽤나 진지했다.
화려하게 만들어진 내 노래를 선생님께 전달받았을 때 난 충격을 받았고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결의 목소리를 만들면서…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동기 중 한 명은 말했다.
두 곡은 ‘영원히’라는 노래와 느낌이 다르고,
언니가 부른 게 맞냐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마치 여러 버전의 나를 한 줄에 세워두고
누가 진짜인지 가만히 골라보는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늘 내 목소리를 칭찬했다.
내 목소리는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고,
살짝 허스키하면서
노래와 숨소리가 자연스럽게 섞여 흐른다고.
기타 하나, 드럼 하나만 있어도
그 숨결이 공간을 충분히 채워준다고
과하게 꾸밀 필요 없다고.
그 말이 감사하면서도
요즘 세상의 소리와는 다른,
너무나도 평범한 나의 목소리가
종종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 받은 따끈따끈한 데모곡이
꽤 맘에 들었다.
기교 넘치는 가수들,
층층이 쌓인 사운드,
AI가 만든 화려하고 매끈한 노래가
넘쳐나는 시대.
나는 그 가운데
말하듯 조용히 공기와 섞여 나오는 목소리로 서있다.
어차피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가수도 아니고,
그저 ‘노래와 기타가 좋아서’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그 단순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문득 이런 시대에
말하듯 조용히 부르는 내 노래가
너무 소박한 건 아닐까.
그리고 선생님의 과한 칭찬은
결국 내 목소리가 선생님의 취향과 맞아떨어진 것이지
대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소박함이야말로
내가 가진 가장 정확한 장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화려함과 담백함 사이,
다듬어진 목소리와 숨결 섞인 목소리 사이,
시대의 속도와 내가 좋아하는 속도 사이에
나는 서 있다.
정답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하루하루의 흔들림은
결국 나를 더 진한 자리로 인도할 것이다.
화려한 악기와 기교로 내 목소리를 다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노래는 결국 모든 장식이 빠진 순간엔 버거워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호흡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자리,
시간이 지나도 흐트러지지 않을
나만의 소리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