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그리고 둥구나무

by 이작가야

오늘로 소비쿠폰을 다 썼다. 남편이 자꾸 밥 사달라, 커피 사달라 해서,

밥 사 먹고 커피 마시고, 그 두 가지로만

10만 원을 다 썼다.


저녁을 먹고 남편은 운동하러 갔고, 나는 혼자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 저녁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아침에 나와보면 패딩을 입거나 가죽재킷을

입은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집과 가까워질 무렵 동네 어귀의 둥구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시집올 때 그렇게 파릇하던 나무가,

잎은 여전히 푸르지만 어느새 고목이 되어 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도 오십 대 로 달려가고 있는데,

저 둥구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10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파릇했던 시간들도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남편과 함께 먹고, 함께 웃고, 때로는 함께 슬펐던 이 길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는 걸, 둥구나무를 보며 문득 깨닫는다.


나무는 그렇게, 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는 것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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