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5세, 집을 사기로 결심하다
"네 이름으로 된 등기를 받아보면
기분이 다를 거야."
"딸! 아파트, 네 이름으로 바뀌었다."
근무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이제 정말로 전 주인의 집에 대한 권리가 저에게 넘어온 것입니다. 저를 의미하는 언어가 바로 이름이고, 그 이름이 아파트에 붙었다고 하니, 제 것이 된 게 맞나봅니다. 대출금은 잔금일 전에 무사히 들어왔고, 은행에서 소개해준 법무사를 통해 전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 때 잡아둔 근저당권을 말소하는 것도 확인한 후 뒤처리를 기다리고 있던 차였습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들어가서 모바일 열람을 해봤습니다. 세상에, 정말로 제 이름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처음으로 제 소유권의 등기부등본을 손에 넣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셨어요.
"네 이름으로 된 등기를 받아보면 기분이 다를 거야."
그 말대로였습니다. '소유자'라는 단어 뒤에 제 이름 석자가 있으니 아주 뿌듯하고 스스로가 기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쁜 일, 뿌듯한 일은 많았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이 느낌 뭐지? 이런 오묘한 감정은 처음이야!"라는 생각이 든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을구에는 B은행의 근저당권 설정(*)이 잡혀있긴 했지만, 앞으로 몇 년만 더 애쓰면 채무 0 상태의 온전한 내 집이 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온전한 내 집으로 만들기! 몇 억, 몇 십 억 단위의 아파트 가격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귀여울 정도로 저렴한 아파트지만, 제 나름대로는 뭔가 든든한 뒷배가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 저자와 함께 등기부등본을 받아본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동일한 이름으로 출간된 아래의 동행서는 어떠세요?
(*) 은행에서 근저당권을 설정할 때에는 실제 대출 금액의 120%를 설정합니다. 부실이 발생할 경우 연체이자 등 비용을 고려한 개념으로 미리 대출원금보다 많이 설정을 해두는 것입니다. 대출금을 다 갚으면 모두 말소됩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