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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Feb 18. 2021

민트 지옥 인테리어 탈출기

만 25세, 집을 사기로 결심하다

 아파트는 90년대에 지어져 민트색 천국인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눈에 더 익기 전에 속히 처단해야 합니다. 인테리어는 어머니의 진두지휘로 순조롭게 이뤄졌습니다. 타 지역에 근무를 하는 저 대신 어머니께서 발품을 많이 팔아주셨기에 신경이 쓰였지만, 덕분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테리어를 하기 전과 인테리어를 마친 집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여기까지, 인테리어 하기 전의 모습입니다. 정말 민트 지옥이지 않나요, 하하. 아래는 인테리어를 하고 나서의 모습입니다.



인테리어, 어디에 맡기는 게 좋을까?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인테리어 업자를 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나 지인 소개가 가장 빠르고, 그게 아니라면 공인중개사, 동네 인테리어 가게 등에 문의를 해보면 됩니다. 직접 거주를 할 집은 미적인 부분에 신경을 좀 더 쓰게 되므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인테리어 업체의 사진 등을 검색해서 찾아보고 그곳에 의뢰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곳은 아무래도 포트폴리오가 잘 정리되어 있어 인테리어 공부를 하기에도 좋고요. 추상적으로, 느낌적인 느낌으로 갖고 있는 인테리어를 다른 사례를 참고해서 요청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여기에서는 주방 스타일을, 저기에서는 조명 구성을 가져올 수도 있고요. 요즘은 크몽이나 숨고 등에 제안된 서비스를 활용하면 인테리어 관련 조언을 받거나 견적을 같이 받을 수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만능 채널인 유튜브, 블로그를 통해 인테리어 과정이나 전후 비교 영상, 포스팅을 찾아보면 꽤 재밌습니다.


 본인이 직접 살 집은 평당 100만 원을 잡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집은 월세를 줄 집이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기보다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집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인테리어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딱 1000만 원 예산을 잡았습니다. 인테리어는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거기에 따라 금액도 천차만별인지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건드릴지, 어떤 것에 힘을 주고 힘을 뺄지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인테리어 순서



 인테리어는 잔재들을 청산하고, 집의 기능적인 측면을 정비하고, 심미적인 측면을 추가하면 됩니다. 불필요한 구조물이나 에어컨, 욕조 등을 철거하고, 새시('샷시'의 표준표기) 등 단열, 보일러 등 난방 등에 손 볼 것이 있으면 손을 보고, 전기, 배관, 배선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화장실, 발코니, 현관, 주방 등 타일 공사를 하고, 화장실, 주방 등을 정비한 다음 도장 공사를 하고, 도배, 장판을 교체하고, 조명 공사를 하면 됩니다. 한 업체에 모든 작업을 맡기는 경우도 있고, 공사별로 따로 맡기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은 전자로 진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후자는 발품을 많이 팔아봐야 합니다. 인테리어 업자들에게 견적 요청을 하면 출장을 와서 집의 구조나 길이를 보고 대충의 견적을 뽑아주는데, 업자마다 경쟁력 있는 공사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곳은 새시가 싼 대신 타일이나 도배, 장판이 비싸기도 했습니다.


 저는 타 지역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간이 될 때 현장에 가서 견적을 두 건 정도 진행했고, 업체에서 정리해서 보내준 자료를 보고 어떤 순서로 진행될지, 어떤 것에 집중할지 등을 어머니와 논의하여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공사별 견적을 따로 알아봤고, 가장 괜찮은 재료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작업을 해주는 곳에 각각 따로 의뢰를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현장을 진두지휘하시며 모든 과정에 대해 진행상황을 알려주셨고 조정할 부분은 모두 상의 후에 진행되었어요. 어머니는 주방은 H사, 새시는 K사 제품을 쓰길 원하셨는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 저도 앞으로 인테리어를 직접 진행하면 왠지 그런 것들에 마음이 쓰여서 주방은 H사, 새시는 K사 제품을 요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집에는 새시를 교체하지 않고 외벽 방수 처리만 했습니다.


 그럼 전후 비교 사진을 보여드려 볼까요?

현관문을 열면 정면으로 보이는 모습이에요. 현관문은 거의 다 녹슬어버린 것을 42만 원 정도를 들여 멋지게 바꿨습니다. 문틀은 바꿀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도장공사를 진행하고 현관문과 부품을 교체했습니다. 기존에는 열쇠로 여는 형태였는데, 디지털 도어락을 5만원짜리로 구매해서 설치했고요. 저 귀여운 감성적인 조명은 어머니와 저의 야심작이지요, 후후.

신발장도 민트였어요. 깔끔한 화이트톤에 수납이 확실한 신발장으로 바꿔주었답니다.

큰방은 발코니로 통하는 문에 참 재밌는 시트지가 붙어있었어요. 푸른 대나무와 전통 매듭의 조화라뇨? 뜯어버렸고요. 에어컨은 정말 너무 누렇게 되어있어서 도색을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비용 5만 원을 들여 철거했습니다. 도배, 장판 다시 했고, 커튼은 쿠팡에서 구매해서 어머니께서 손수 다셨어요. 조명도 원래 것은 크리스털 느낌이라 더 깔끔한 것으로 바꿨지요. 콘센트, 스위치 커버도 모두 교체했습니다.

민트에 핑크는 나름 설렘을 상징하는 색이었는데 설레지가 않았어요. 벽과 몰딩은 모두 화이트톤으로 바꿨고, 손잡이는 조약돌 느낌이 나는 블랙으로 교체했어요.

'민트라고 다 같은 민트가 아니다'를 보여주는 사진 1. 탁한 민트를 화이트, 그레이톤으로 바꿨고요. 누리끼리한 수전도 바꿨어요. 가스레인지는 매립형으로 했고요. 타일도 주방, 화장실, 현관, 발코니의 것을 다 바꿔줬어요. 주방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민트라고 다 같은 민트가 아니다'를 보여주는 사진 2. 이렇게 높은 채도의 민트로 도배가 가능한가, 싶었어요. 욕조와 변기도 민트라니 믿을 수 없었어요. 욕조는 철거하고, 전면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비용 내역 기록해두기



 이렇게 인테리어에 거의 1000만 원에 근접한 비용을 들였습니다. 모든 내역은 입출금내역으로 잘 메모해두었어요. 나중에 집으로서의 가치와 그에 들어간 비용을 인정 받기 위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코니 확장 공사, 난방 시설 교체 등 집으로서 기능을 확충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인정이 되어, 양도소득을 책정할 때에 반영되거든요. 다른 건 반영이 안 될 가능성이 높지만 모두 충실히 기록해두었습니다.



 자, 이제 진짜로 중요한 단계가 남았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제가 들어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저 만큼이나 만족하며 잘 살아줄 세입자를 구해야 합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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