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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Feb 13. 2021

대출에 대한 짧은 생각

만 25세, 집을 사기로 결심하다


대출에 대한 잡생각과 직장인의 레버리지



 대출은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은행은 실체가 없이 가상세계에 숫자로만 존재하는 돈을 빌려주고, 거기에다가 이자까지 받습니다. 돈이 복사됩니다. 그 돈이 시장에 유통됩니다. 수요가 생깁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도 생깁니다. 경제활동이 이루어집니다.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이자율을 감당해서 돈을 빌려야 하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낮은 수준의 이자율로 대출을 받습니다.

 "헤이! 돈 많은 사람! 돈도 많은데 왜 빌려요! 수상하네~ 수상하니까 이자율 20%! 진짜 돈 많으면 빌려갈 일도 없잖어~? 헤이! 돈 없는 사람! 높은 이자를 감당할 능력이 있으면 빌리려고 하겠어, 쯧쯧, 이자율 0.2%! 꼭 성공해서 돌아오세요~"

 이렇게 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은행은 사업을 하기 때문에 돈을 확실하게 받아야 하고, 그래서 믿는 구석이 있어야 대출을 해줍니다. 상환능력이 없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상환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안정적인 현금흐름, 또는 자산의 규모에 따른 신용, 그리고 부동산, 예금 등과 같은 담보입니다. 월급쟁이 신분에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이용할 수 있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랜서들은 웬만큼 확보된 소득이 있지 않은 이상 신용으로 대출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따박따박 월급 받아 따박따박 상환할 수 있는 직장인이 확실한 확률로 돈이 될 수 있는 고객입니다. 제 남자친구도 사회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프리랜서인지라 월 소득이 저보다 많은데, 신용대출은 불가합니다.

 저는 세전 소득을 기준으로 급여를 이야기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세후 소득에서 월세 내고, 각종 숨 쉬면 나가는 돈을 제외하고 나면 월급이 얼마 남지 않습니다. 물가상승률 미만의 임금상승률로 오르는 급여를 10년 모아봤자, 회사 근처는 커녕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집 하나 마련하기가 힘듭니다. 20년이라고 다를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월급을 모으는 속도가 집값의 상승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대출을 조금 받아 5억짜리 집을 사려고 5년 간 열심히 2억을 모았더니 집값이 8억이 되어있는 게 지금까지 선배들이 맞닥뜨린 현실이었습니다. 회사원 신분이 다행인 것은 급여 수준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니, 계획을 차근차근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해서 재무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감당 가능한 수준의 대출을 일으켜서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본격적인 실천을 위한 연습이라도 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직장인인 나는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대출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제 결론이었습니다.



대출 상품을 고르는 두 가지 기준



 대출 상품을 고르는 기준은 쉽게 정리하면 딱 두 가지입니다. 내가 해당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면 되고, 가능한 것 중 가장 이자가 낮은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회사 주거 안정 자금 대출 제도를 통해 신용대출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만 받는 것으로 결론 지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내가 가진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월 상환액이 크지 않다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것과 은행에서 시행하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빈손으로 다짜고짜 은행에 가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은행원은 은행의 소재지에 있는 집을 사는 게 아니라면 어떤 것도 조회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아파트의 몇 평을 사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지난 1년간 받은 급여, 그에 따라 납부한 세금과 각종 공제 내역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을 가지고 은행에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주택 시세, 소득 수준에 맞는 대출을 대충이라도 추천받을 수 있다고요.

 작년 총급여를 얘기하니 은행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아낌 e 보금자리론을 추천해줬습니다. 보금자리론은 은행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집에서 쉽게 대출 가능 여부와 금액 등을 조회해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보금자리론은 잔금일까지의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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