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5세, 집을 사기로 결심하다
집주인 대면과 집값의 역사
집을 둘러본 후 집주인과 만났습니다. 집주인은 집을 싸게 파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했습니다. 제 고향에서는 2016년경까지 집값이 오르다가 이후 하락세를 띠고 있었습니다. 현재 집값은 10년 전 가격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지요. 집주인은 10년 전에 이 집을 6천5백만 원 정도에 구매를 해서 같은 값으로 매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월세 수익이 발생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10년 전 대비 물가상승률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있을 만하지요. 게다가 중간에 실거래가가 1억이 넘을 때도 있었으니, 더 아까웠을 것입니다.
집값 하락에 대한 각오가 되어있다구!
저는 여기에서 집값이 더 떨어질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렴 10년 전보다 더 떨어질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부동산, 주식 등 모든 투자에서 손실 가능성이 없는 이익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임했습니다. 과거 대비 상대적인 가격은 그렇다 치고, 제가 지불할 절대적인 가격이 7천만 원 이하로 낮다 보니, 가격이 20% 이상 떨어진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1천5백만 원에서 2천만 원정도 떨어진다고 하면, 짜증은 나겠지만 눈물이 나거나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닐 것 같았습니다. 애초에 이 주택 매수는 양도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순전히 직장 때문에 서울에 가있어야 하는 처지를 조금이라도 돕고자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임대수익을 창출해서 서울에 월세나 전세를 살게 되면 월세나 전세대출이자에 보탤 생각이었지요.
주택 매매에 대한 연습의 개념도 있었습니다. 집 구경도 해보고, 계약을 해보고, 빚도 내보고, 인테리어도 해보고. 아무래도 뭐라도 한 번 매매를 해보면 그것이 집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다음 집을 살 때는 좀 더 잘 따져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좀 더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고향 친구가 가끔씩 "서울에 집이 없는 건 비극이야. 서울에 본가가 있는 애들은 우리에 비하면 금수저야."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지방 도시에서 나고 자라 수도권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집을 구매해볼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다시 집값 하락과 연결시켜보자면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은 책이나 영상을 보기만 하는 것보다도 훨씬 훌륭한 배움이 되니, 집값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그에 대한 비용을 치른다 생각해도 좋을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집값 하락에 대한 각오는 되어있지만 제가 수도권 주택 구매로 자금이 다시 필요해질 시점에 집값이 오르면 당연히 좋습니다. 마다할 이유는 없죠. 오르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고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생애 첫 주택 구매라니! 권리관계가 넘어오지 않았지만 계약만으로 벌써 두근두근 설렜습니다.
계약금 지불
계약금은 보통 주택 매매 금액의 5~10%를 지불합니다. 그래서 가계약금을 포함한 계약금 650만원 부쳤습니다. 계약날 다같이 확인한 등기부등본 을구(*)에는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받아둔 대출이 일부 있었는데, 이것은 제가 잔금을 치르면 말소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대출을 알아봐야 합니다.
* 이후 집값이 떨어졌는데, 어떤 마음으로 버티는지 궁금하다면?
(*) 등기부등본 갑구에는 소유권에 관한 사항, 을구에는 소유권 이외 전세권, 근저당권 등의 기타 권리에 관한 사항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