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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Feb 12. 2021

집을 산 것은 위기감 때문이었다

만 25세, 집을 사기로 결심하다


 위기감



부산에서 2년째 지방근무를 하고 있다가 맞이한 한적한 토요일 오후, 책상 앞에 앉아있다가 문득 위기감이 느껴졌습니다.
 '아기를 안 낳는다고 해도, 월급 모아 가지고는 내 한 몸 죽을 때까지, 아니 70세까지 건사하기도 힘들 거 같은데?'

 자식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젊은 날을 희생해 힘든 시간을 인내해온 엄마는? 직업운이 없지만 이야기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밤마다 머리를 쥐어짜내던 아빠는?

 평소에도 했던 생각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더 심하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서울살이부터가 문제



 사실 70세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직장인은 회사의 명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영업 조직에 몸 담고 있는터라, 그게 더 심한 편이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회사에서 주거안정자금을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당시 살고 있던 전셋집도 그걸로 구한 거였죠. 신입 지방 우선 배치근무 기조를 따라 부산에 내려온 터라 당장 최소 1년에서 2년 후에는 본사로 적을 옮기게 될 텐데, 서울 가면 월세를 살아야 하나, 전세를 살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좁디좁은 서울의 월세방에 월세를 주면 월급이 토막 나는 건 당연지사고, 원룸 전세는 대출을 허용하는 경우도 잘 없거니와 매물 자체가 귀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면 월세를 억지로 살긴 해야겠는데, 싶었지요. '고향에 싼 집이라도 하나 사서 월세를 받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금자리론을 막 알아보던 찰나, 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지방 중소도시 소형 아파트 매매를 결심하다



 "우리 집(본가) 근처에 괜찮은 아파트가 싸게 나왔는데, 한 번 매매해볼래?"
 "뭐야, 비슷한 생각 하고 있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나? 어딘데?"
 18평짜리 아파트, 남서향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인테리어가 전혀 되지 않은, 97년 건축으로 오래되긴 했으나 위치는 고향에서 좋은 편에 속하는 집이었습니다.
 "너 서울 발령 나면 서울에서는 월세 살면서 여기서 받는 월세로 서울 월세에 보태는 거지."
 평소에도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워낙 많이 해서 합의를 봐 뒀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약간의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아파트를 사게 되면 발생하는 문제



 아파트를 구매하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었고, 그 가운데에서 생애최초 주택 취득자 자격은 영원히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었고, 다양한 혜택에서 소외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어차피 영원히 남길 수 없는 자격이고, 지금 경제적인 수준에서 대단한 집은 못 사죠. 집값이 떨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수도권, 부산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저물어가는 부동산 시장 속에서 지방 중소도시의 집은 더 떨어질 것 같았는데요. 매매가가 6500만 원이라 20~30%가 떨어져도 제 선에서 커버가 가능하고, '안 떨어지면 땡큐!'인 상황이었습니다. 위험이 생긴다고 해서 이대로 머무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 질러보자. 인생 뭐 있나?(나, 떨고 있니..)"

 저는 집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에 관해서는 어머니를 믿고 가계약금 100만 원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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