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에 살면서 느꼈던 것들
일주일 만에 세 번째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계약서를 다시 쓴 날 바로 동 주민센터로 달려가서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마쳤습니다. 이제 이사만 하면 됩니다. 벌써 세 번째 짐을 옮깁니다. 마지막이어서 이를 악물고 했지만 이사를 한 번 더하라고 하면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이모 댁에서는 짐을 풀기도 애매하고 안 풀기도 애매해서 몇 번이나 박스의 테이프를 뗐다가 붙였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이모 댁에서 2~3일 정도 출퇴근을 했는데, 인천 1호선을 타고, 1호선을 타고, 2호선을 타면서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짐 상자에서 아무거나 꺼내 입고 아무 니트나 꺼내 입어서 옷매무새도 참 구렸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것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당근에서 이사를 도와주실 분을 구해본 후기
용달 업체를 부르면 짐의 개수와 크기, 부피가 큰 가구나 가전제품의 유무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지지만 같이 짐을 옮기는 등 이동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어머니와 저는 충분히 지쳐있었고, 허리가 안 좋으신 이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당근마켓에서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실 분을 구했습니다.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이사를 도와주기로 하신 분은 휴학생이거나 복학생이신 듯했는데, 약속된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서 묵묵히 꼼꼼하게 이삿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일정에 맞게 임의로 배치되는 용달 업체 사장님이 꽤 퉁명스러우셔서 걱정이 되었는데 붙임성이 좋은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괜히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소정의 금액을 더 챙겨드렸더니 아래와 같은 유쾌한 후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후기를 봤을 때는 포춘쿠키를 열었는데 의미가 좋으면서 센스까지 갖춘 메시지가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분을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었고, 이사를 하면서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해볼 수 있었던 것은 꽤 좋은 일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이사에 얼마의 비용이 들었을까?
짐을 다 옮기고 나니 진이 다 빠졌습니다. 그런 기념으로 도대체 이 이사 과정에서 얼마의 비용이 든 것인지 계산을 해봤습니다. 중요한 비용만 계산해서 총 22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들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부산 전출에 따른 관리비와 가스비는 제가 쓴 부분을 납부한 것이기 때문에 이사 때문에 쓴 비용은 아니지만, 이사를 하면서 꼭 확인하고 나와야 하는 것인지라 정리에 따른 비용 항목에 추가했습니다.
사실 계약 파기만 아니었어도 비용이 반으로 줄었을 것입니다. 중개수수료가 이중으로 들었고, 이사도 한 번만 하면 될 것을 세 번이나 했기 때문입니다. 집을 알아보느라 발품을 많이 팔고 계약 파기의 과정을 겪으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있었으나, 회사에서 발령으로 인한 광역시도 간 이사비용을 일정 금액 지원해주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실이 아주 크지는 않았습니다.
이사를 다니다 보니
내 집 마련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타인의 의지로 이사를 다니는 삶을 살기는 싫다는 것을요. 회사는 그렇다 치고, 월세나 전세를 살면서 주인의 눈치를 보다가 떠밀려 나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그건 싫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