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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Sep 16. 2021

도전할 수 있는 적정 나이

한국 사회처럼 나이에 관대하지 못한 나라가 있을까요?

같은 나이가 아니면 친구가 되지 못하고, 같은 세대가 아니면 배제당하기 십상입니다. 20대의 도전을 무모하다고 말하며, 30대의 도전은 무책임하다고 합니다.

도대체, 도전할 수 있는 적정 나이는 몇 살일까요?


20대는 취업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30대에는 이루어놓은 것도 없는데 결혼 압박에 시달려야 하고, 결혼 후에는 내 집 장만, 승진 등등 모든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무 제약 없이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도 되는 시기는 수능 끝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단 3개월뿐인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다


 제가 다녔던 전 직장은 평균 나이가 워낙 높고, 신입사원을 잘 뽑지 않아서 막내 라인의 연령대가 다양했습니다. 한 부서의 막내가 40대인 경우도 있었죠. 부서 막내라는 공통점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면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친한 동기 노무사님들에게 오히려 말을 놓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굳이 언니, 누나로 불리면서 상하관계가 되는 게 싫었거든요.



너무 늦은 때란 없다


 20대 중반 저는 제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휴학을 1년 했고, 졸업유예를 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졸업이 2년 늦었습니다. 그래 봤자 26살이었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며 많은 나이 때문에 스스로 위축이 되었어요. 26살, 7월 첫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입사해보니 막내였고, 서른이 넘은 동기도 많았습니다. 입사 동기들은 아직도 저에게 힘이 되는 친구들이죠. 8살 많은 동기에게 이름을 부르며 편히 지냅니다. 20대의 1,2년 차이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른 중반은 실수하고 실패해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했고, 1년 만에 합격하였습니다. 29기 공인노무사 중에는 50대 분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는 그분의 삶에 어떤 서사가 있는지 알지 못하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되실지 역시 모릅니다. 어쨌든 그분은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여 시험에 도전하셨고, 합격하셨습니다. 그분 역시 저랑 비슷한 생각이 아니셨을까요. 나이 때문에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는다면 삶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내년도에 수험을 하게 되면 27살이 되어서, '나이'로 인해 중압감, 조급함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 블로그에 고민을 남겨주신 분이 위와 같은 말을 하셨습니다. 27살, 누군가에게는 중압감과 조급함을 느끼는 나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도전하고 실수하고 실패해도 되는 적정한 나이입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꼰대 같은 말이 아니에요. 도전할 수 있는 적정 나이는 본인이 정하는 것입니다. 변화를 위한 도전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가 도전을 결정하는 가장 큰 조건이 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안정적인 선택을 하면 됩니다. 무조건 꿈이 있으면 도전해도 된다는 말은 무책임하죠. 야근이 잦고, 회식이 잦은 직장인에게 1년 만에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할 수 있으니 도전하라는 말.. 저는 못하겠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저절로 주어지는 기회는 없습니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해도 기회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도전할 가치 있는 일


 저 역시 나이 때문에 늘 불안합니다. 남들보다 나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나이가 많아 수습처를 구하기 어려울까 봐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합격 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20대라고 무조건 도전해도 되고, 40대는 무조건 도전하면 안 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한국사회의 잘못된 논리입니다. 도전할 수 있는 적정 나이란 없습니다. 하지 않으면 후회될 일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고, 하면 힘들겠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역시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도전할 가치 있는 일이라면, 힘들고 어려워도 그냥 하세요. 하기 싫어도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옵니다.


 저는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공인노무사, 집에서는 엄마이며, 학교에서는 대학원생이죠. 매일매일 어렵고 힘들고 지치는 날의 연속입니다. 어떤 역할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2년째 이 생활을 지속 중입니다. 해보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저는 절대 몰랐을 거예요. 제가 이렇게 많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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