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와 환기 중 무엇이 중요할까?
몇 년 전 나는 직장인이었다. 다니던 회사가 이사를 가면서 내외부 노출 시멘트 구조로 지어진 새 건물에 입주를 하게 되었다. 디자인 때문인지 설치된 창문은 작았고 열기가 불편했다. 내부는 새가구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MDF를 사용했었다. 이 모든 구성의 결과는 내부 공기 오염이었다. 눈에 보이는 공기는 깨끗했으니 오염이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실제 그러하였다. 근무하는 분들의 눈은 빨갛게 되고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의 톡 쏘는 공기가 가득했었으니까. 그래서 외근이 있을 때면 그렇게 좋았다. 서울 공기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바깥의 공기가 훨씬 쾌적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분명 공조기가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질이 안 좋았던 건 공조시설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설계였으리라 짐작해본다.
이러한 이유로 난 공기의 질에 관심이 많은 공기 덕후가 되었다. 현재 사는 집에도 공기청정기를 3대 돌리고 있다. 집에 있는 먼지는 잘 제거해준다.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에 오염물질(먼지)이 있으면 이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산화탄소나 VOC 등은 제거를 하지 못한다. 그마저 공간에 맞는 용량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에 가깝다.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이다. 예전에는 미세먼지가 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외쳤지만, 실제 마스크로 100% 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을뿐더러, 마스크가 밀착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우리는 흡입한다. 단지 마스크를 써서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져있을 뿐이다. 이런 나도 상시적으로 마스크는 100개 정도씩은 구비해놓고 있다. 그래도 쓰면 10%라도 막아줄 수 있으니까.
실내로 돌아가 보자. 미세먼지가 심하면 창문을 꼭꼭 닫고 환기는 시키면 미세먼지가 들어오니 공기청정기만 열심히 돌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아무리 바깥공기가 오염되더라도 베이징 수준이 아니라면 환기가 훨씬 나은 공기의 질을 보장한다. 실내공기는 단지 먼지로 오염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숨 쉬면서 내뱉는 이산화탄소, 합성목재에서 나오는 VOC,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 다양하다. 이 수치를 낮춰줄 수 있는 방법은 그저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만이 해결방법은 아니다. 아니. 해결이 안 된다.
그럼 방법은 무엇일까?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자.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 창문 밖은 매연과 미세먼지로 가득한데 이성은 열라고 말하지만 손은 행동하지 않는다. 생각나면 하지만 나도 종종 까먹고 그냥 지낸다. 그리고 1시간에 10분 정도는 환기하라고 하는데 한 겨울, 한 여름이면 실내 온도의 변화도 동반하기 때문에 실천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괜찮은 봄에는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가을 정도나 괜찮을까?
그럼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열회수환기장치다. 일반 단독주택은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아파트의 경우 2006년 이후 완공된 아파트는 아래와 같은 디퓨저가 확인되면 집에 가 설치되열회수환기장치어 있는 것이다. 축하한다. 이거 제대로 설치하려면 최소 600~800만 원 정도는 들여야 한다. 물론 가 법적 열회수환기장치의무로 달아주는 거고 사람들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기기의 성능은 의심해야 하고 실제로도 성능이 좋은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설치 후 TAB(열회수환기장치의 급기와 배기의 세기를 측정하고 공간에 맞춰 적절하게 조절하는 과정)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집에 설치되어 있다면 공조실에 있는 기기의 필터를 확인하고 시험 가동 후 24시간 틀어놓자. 이건 에어컨처럼 껐다 켰다 할 필요가 없는 제품이다. 24시간 365일 가동해야 한다. 필터만 잘 갈아주면 된다. 여기서 점점 의심이 든다. 바깥공기를 가져오고 내부 공기를 배출하는 구조다. 중간에 기기에서 이 둘이 만나 열교환을 해서 집 내부 온도가 크게 변화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문제는 필터와 기기에서 만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필터는 외부의 공기를 가져올 때 잘 걸러주는지가 중요한데, 공기가 흡입되는 배관에 필터가 장착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기에 부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시골집에 설치한 필터는 공기가 흡입되는 배관과 기기 내부에 장착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기내부에서 열교환기를 통해 외부와 내부 공기가 만날 때 온도만 전달되어야 하는 게 상식일 거다.(방식에 따라 로터리형과 판형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건 판형이고, 로터리형은 구조 상 배기되는 공기가 다시 들어올 수 있는 확률이 판형이 비해 높다.) 둘이 만난다? 그럼 뭐 망하는 거지. 오염된 공기가 서로 만나기 때문에 환기의 장점이 사라진다. 나가던 내부 공기가 다시 들어오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잘 만든 고가의 기계일수록 기계 내부의 틈새가 없이 기밀하게 만들어져 열교환소자를 통해 서로 만나지 않고 온도만 전달한다. 우리나라 제품도 좋지만 역시 이런 제품은 독일제가 만듦새가 좋다. 시골집은 아래 제품을 설치했다.
그렇다고 아예 환기를 안 한다? 그건 아니다. 환기를 할 수 없는 날씨가 오더라도 그것을 24시간 보완해주는 기기가 생긴 것이다. 날이 좋으면 환기를 하고 직접 바깥의 바람을 통해 깨끗한 공기를 집안으로 들여야 한다. 특히 시골집처럼 패시브하우스의 경우 외부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틈이 일반 주택에 비해 매우 매우 적기 때문에 열회수환기장치의 가동과 함께 환기는 삶의 질을 올려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아래 시골집 열회수환기장치 모니터링 수치를 보면 근래 가장 추웠던 외부 공기 온도가 9.9도까지 내려가도 실내에 급기되는 공기의 온도는 21.8 도로 큰 온도 변화 없이 환기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오케이. 좋은 건 알았다. 그런데 우리 집엔 환기 장치가 없어. 그러니 배관도 없는데 문제는 내 집이 아냐. 전세나 월세야. 어떡해? 이 경우 천장을 뜯어내고 배관을 설치하는건 어렵기 때문에 창문에 임시로 벽부형이나 공조형을 설치하거나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벽을 타공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다만, 에어컨 배관보다는 배관 구멍이 크기 때문에 허락을 해줄지는 미지수다. 사례를 찾아보면 보통은 창문을 일부 열고 단열재를 재단해서 배기, 급기 배관을 외부로 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은 2006년 이전에 완공된 공간이라 환기 장치가 없다. 한 번은 어떻게든 설치하려고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포기하고 환기를 잘 시켜주려고 노력만 한다. 노력만... 말처럼 쉽지 않다. 자동 창문이라도 있었으면...있어도 비싸겠지...
참고로 시골집을 짓는 과정에서 설계사무소나 시공업체에 열회수환기장치 이야기를 하면 이 집은 창문을 안 열어도 환기가 잘 되는 집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해석하면 "어휴. 집을 그렇게 기밀하게 지으면 우리가 공사하기도 힘들고요. 빨리 지으려면 그런거 신경안쓰고 지어야 해요. 그래서 우리가 지을 이 집은 집주인분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멍이 많아요. 거기로 찬바람 뜨거운 바람 먼지 등이 쉽게 드나들 수 있어요. 그래서 여름엔 뜨겁고 습해요. 겨울엔 춥고 건조하죠."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시골집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운 건 집은 틈새가 없이 기밀해야 하고, 단열이 잘되면서 열교가 없어야 하고, 환기 장치와 함께 단열 성능이 좋은 창호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는 의심도 있었지만, 짓고 나면 느껴지는 쾌적함에 생각이 바뀐다. 앞으로 단독주택을 지을 계획이 있거나, 큰 인테리어 공사를 할 계획이라면 꼭 열회수환기장치를 고려해봄직하다. 실내 공기 먼지 제거를 넘어서 실내 공기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회사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음편은 "단열재의 종류를 선택하는 법" 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건축] 난 집을 지어보았다 는 시리즈로 패시브하우스 주택의 시작부터 준공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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