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어질어질
몇 년 전인가. 한국 대선.
라던 일이 결국엔 일어나서 망연자실 페인트 붓을 마룻바닥에 떨어 뜨릴 뻔하였다.
페인트 작업이라는 게 중간에 하다 관둘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일단 뚜껑을 따놓은 페인트 통이며 굳어가는 붓이며 마스킹 테이프이며 바닥에 깔아 놓은 신문지며 등등.
개표 결과에 맥이 풀린 나는 남아있던 작업들을 대충대충 휘리릭 슝슝슝 아무렇게나 칠해 버렸고
그때 아무렇게나 칠한 페인트 부분이 아직도 매일매일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그렇다.
오늘은 미국 대선 투표날이었다.
이제 한 시간 후면 개표가 시작될 것이다.
나는 한국 국민이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 뽑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매일매일 살아가야 한다. 나는 이곳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없지만 여기에 내 삶이 있다. 지금은 그렇다.
8년 전 트럼프가 당선된 다음날 맨해튼 42번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60살쯤 먹은 것 같은 어떤 백인 아저씨가
He is not my president!
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것을 보았다.
광야에서, 빈들에서 외치는 소리, 세례 요한처럼 느껴졌었다.
어쨌거나 시간이 흘러 흘렀는데
또!!!!! 그 자가 대통령이 될락 말락 하고 있으니.
이 나라도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