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페티 May 12. 2022

불멍 말고, 개미 멍

아이를 통해 쉬어가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우리 아가는 이제 단어를 제법 들리는 데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산책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린이집 하원 후에 용케 놀이터가 있는 길을 외워서 그쪽으로만 '걸어~'라고 말하면서 품에 안겨있다가 날 뿌리치고 걸어가기 바쁘다.


요즘 그녀의 별명은 민들레 킬러. 후 후 불면 날아다니는 민들레 씨앗들이 보송한 생김새가 아주 마음에 드는지 늘 양손에 쥐어줘야지만 집을 향해 걸어간다. 집안일에 게으른 엄마는 집안에서 날라다니는 씨앗은 너무 싫어 그 동심을 파괴하고(?) 집 앞에서 황급하게 날려버리기 일쑤다.


'나도 어릴 적 개미굴을 파서 물도 붓고 수영장을 만드는 놀이, 돌을 모아서 소꿉장난을 하곤 했었지.'


길에 쪼그려 앉아서 "개미야~ 개미야~" 부르는 아이를 바라보며 잊었던 동심(꽤 잔인하기도 한)

개미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도 세상에 아름다운 것 신기한 것 반가운 것 투성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흔히 말하는 '프로 불편러'가 된 것 같다.  


층간소음은 여전하게도 존재하고, 나는 '이제 곧 이사 가니까 참자' 하면서 꾹 꾹 분노를 눌러 담다가 한 번씩 폭발해서 같이 팔꿈치로 벽을 쳐버리기도 하고, 경찰에 신고하여 민원도 넣어보고 거주하는 한 달 사이 동안 성격이 쌈닭이 되었다. 잠도 아무리 피곤해도 버티다가 조용해져야 쓰러지듯 잠든다.


맞은편 술집에서 술 마신 사람들이 떠드는 박수소리 말소리가 평일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계속 들리고, 날이 더워도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워 열지도 못하니 너무 짜증이 난다. 머릿속으로는 창문을 열고 몇 번이나 '조용히 해!!!!' 외치지만, 아이와 사는 집인데 누군가 찾아와 해코지할까 그마저도 상상으로 참는다.


내일은 기다리던 이사 날이다.

다시 청소를 하고 짐을 풀고... 생각만으로 피로하지만, 내 집에서 온전히 쉴 수 있는 저녁시간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공동생활이 그렇듯 아파트 사는 건 또 처음이라 잔뜩 긴장도 된다. '프로 불편러'로 사는 건 나 자신도 결국 불편해지는 것 같다. 모든 소음에 예민해지고 긴장되고 잠조차 제대로 못 자니 생활하면서 짜증이 늘어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니까.


이러한 이유들로 세상이 다 짜증스러운 그때!

“돌멩이야~ 나무야~ 짹짹 아~ 개미야~!  “

부르며 인사하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힐링되면서 나도 신나서 같이  “개미야~~ 안녕~~?” 인사도 해본다.


그만큼 순수해질 순 없지만 눈앞에 꽃의 아름다움을, 개미들의 움직임을 같이 쪼그려 앉아서 바라보며 멍 때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좀 풀려난다.


아이의 순수함에 고맙고, 사랑스러워 울컥하는 순간들이 많다.  작은 꽃 하나 돌 하나에도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보여주고 싶은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빨간 볼도 동그랗게 나온 뱃살도, 몸에서 나는 모든 향기도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귀한 나의 아기야 고마워!


아이를 떠올리며 그려본 그림ㅎ 쑥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층간소음, 나만의 일이 아녔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