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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s Fong Apr 30. 2020

임신 12주에 피검사로 성별을 알다.

마카오에서 임신, 출산 하기 Chapter 3.


  임신 11주 차, 세 번째 검진 날.

  아기의 형체만 자그마하게 보이던 저번 초음파와는 달리, 이번에는 팔과 다리, 그리고 얼굴까지 보였다. 심장도 165 bpm으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마카오에 있는 산부인과에서는 초음파 검진 시, 동영상을 따로 제공해 주지 않는다. 사진도 프린트로 몇 장 뽑아줄 뿐, 다운을 받을 수도 없다. 이번엔 기필코 동영상을 남겨보리라는 마음으로 초음파가 시작되자마자 남편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다.


  초음파 시작 때만 해도, 춤을 추는 듯 활발하게 움직이던 아기.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그걸 알아챘는지 잠잠해졌다. 아마도 아직은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운 아기인가 보다. 남편은 옆에서 벌써 자기를 닮은 것 같다며 설레발이다. 젤리 곰 같은 몸에 비율적으로는 다소 큰 머리를 가지고 있는 11주 태아. 머리가 몸의 1/3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게 더 태아를 귀엽게만 느끼게 만든다.


  "크기도 적당하고, 위치도 좋고, 심장 박동 수도 좋아요. 이번 주에는 피검사가 있어요. 기형아 유무와 성별을 알게 될 거예요"

  성별? 성별이라니. 한국에서는 임신 5개월에야 알게 되는 성별. 그 성별을 임신 12주 차에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예상치도 못한 성별 검사에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결과가 많이 궁금하죠? 혈액 검사는 홍콩을 거쳐 미국에서 진행될 거라,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거예요. 결과는 전화로 알려드릴게요"


  피 말리는 일주일의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어째서 이렇게 이른 시기에 성별을 알 수 있는 것일까, 마카오 홍콩에는 남아선호 사상이라던가 낙태의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남편에게 물어보니, 홍콩 마카오는 딱히 선호하는 성별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아이라고 해서 낙태를 하는 비율도 크지 않다고 했다. 물론, 동양적 옛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남아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성별을 바로 알려준다고 했다. 가끔 중국 본토에서 남아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홍콩으로 혈액 샘플을 보내 성별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중학생 여자아이 가방에 중국에서 온 혈액 샘플 몇십 개가 발견되어 뉴스에 나온 적도 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혹시나 성별 여부가 궁금하여 마카오 홍콩행 여행을 계획하지 말길 바란다. 첫째로는 이 피검사가 임신 극초기인 11~12주 차에 이뤄진다는 점. 비행기를 타면 유산의 위험성이 크다. 둘째로 외국인에게도 피검사를 해줄지는 미지수라는 점. 나는 외국인이긴 하지만, 영주권이 있다. 그리고 혈액검사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백만 원이 넘었다). 셋째로 모든 아기는 성별과 상관없이 소중 하다는 점. 궁금한 마음 어찌 모르겠냐만은, 그만큼 성별 여부를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설렘 또한 추억이 아닌가.


  성별 여부 하면, 일단 거론되는 것이 바로 '태몽'이다. 남편에게 태몽을 꾸었냐고 물었다. 남편은 태몽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태몽은 삼신할머니가 한국인에게만 허락 한 선물인 듯싶었다.


  나의 태몽은 부모님이 대신 꿔 주셨다. 아빠의 태몽은 낮잠을 자고 있는데, 커다란 용 4마리가 하늘로 승천하고 있었다고 한다. 엄마 용, 아빠 용, 그리고 아기 용 두 마리. 번쩍번쩍한 비늘을 꿈틀거리며 하늘로 승천하는데, 그 비늘 하나하나가 빛에 반사되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고 한다. 아빠는 그게 태몽인 줄도 모르고, 대찬 꿈이라 생각하여 깨자마자 로또를 사러 가셨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흑룡이면 아들, 색깔 있는 용은 딸이라고 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용의 색깔을 물어봤다. 검은색, 회색의 비늘을 가진 용이었다고 했다.


  엄마도 얼마 뒤 태몽을 꾸셨다. 고향 앞바다에 놀러 갔는데, 바다에서 커다란 물고기 두 마리가 엄마 품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엄마는 물고기를 놓칠세라 두 팔로 강하게 물고기를 잡아 품 안에 잡아 두셨다고 했다. 또 인터넷을 뒤져봤다. 물고기가 바다 물고기면 아들, 민물고기면 딸이란다.


 외국인인 남편도 희한한 꿈을 꾸었다고 했다. 정말 커다란 검은색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개가 똥을 쌌다고 한다. 삽으로 똥을 치우려고 푸는 순간, 똥이 두 개로 갈라졌다고 한다. 이럴 땐 초록창이 얼마나 유용했는지 모른다. 검색을 해보니 검은 개 또한 아들 꿈, 똥은 길몽이란다.


  자꾸 꿈에서 숫자 2가 반복되었고, 아들 꿈이었다. 아들일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어째 피부 톤도 자꾸 어두워지는 것 같고, 여드름도 엄청나게 나기 시작하는 걸 보니 나와 호르몬이 다른 아들이기에 일어나는 현상 같았다.


  드디어 기다렸던 일주일이 지났고, 전화가 왔다.

  "피검사 결과, 기형아 여부는 저 위험군입니다. 수치도 아주 좋아요, 모든 게 정상입니다. 그리고 성별 궁금하시죠? 축하합니다. 아들이에요"

  역시나, 나의 예감이 들어맞았다. 아들이 맞았다. 내심 아들을 원하고 있었는데, 아들이라서 더더욱 기뻤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벌써 성별이 나왔다니, 다들 놀라는 눈치다. 성별을 미리 안 덕분에 여유 있게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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