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 조각가, 건축가, 공학자,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를 남긴 인물.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힘든데, 많은 분야를 통달한 걸 보면 천재긴 천재인가 봅니다.
천재적 명성과 달리 그의 이름 ‘다빈치’ 뜻은 단순합니다. ‘다’는 ‘~출신’이란 뜻입니다. 해석하면 ‘빈치 마을 출신 레오나르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빈치 마을 최고의 아웃풋(Out put) 다빈치 이름을 딴 ‘레오나르도 다빈치 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피사의 사탑’입니다.
높은 성벽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잔디가 펼쳐졌습니다. 사람들은 연둣빛 카펫에 앉거나 누워 맑은 날씨를 즐겼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성벽 그늘아래서 랩 연습을 하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유적지에서 내뱉는 라임엔 어떤 펀치라인이 담겨있을지 상당히 기대가 됐습니다. 삐딱한 피사의 사탑을 보며 기울어가는 현대사회의 삭막함을 비판하지 않을까요? 이탈리아 힙합씬은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 조반니 세례당 아래엔 앳된 얼굴을 한 학생들이 둥글게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한 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지목했습니다. 지목당한 학생은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고, 양 옆에 있는 학생들은 두 손을 하늘로 뻗어 구호를 외쳤습니다. 한국의 ‘바니 바니 게임’과 비슷했습니다. 활기차고 흥겨운 분위기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자리가 생겼다면 그곳에 앉아 함께 게임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파릇파릇한 잔디와 맑은 하늘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가진 청년의 모습이 잘 어울렸습니다.
그때 뒤통수가 따가웠습니다. ‘피사 대성당’ 뒤에서 누군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큰 키에 하얀 얼굴, 삐딱한 자세를 한 ‘피사의 사탑’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탑이 기울었다고 해도 얼마나 기울었겠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탑을 마주하니, 예상보다 훨씬 더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밀라노에서 봤던 비둘기 떼가 탑 위에 앉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었습니다.
탑 꼭대기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약 5.5도 기울었다고 하는데, 건물을 올라간 용기가 대단했습니다. 저도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겁이 나서 포기했습니다. 악어 이빨 게임이나 해적 통나무 룰렛 게임을 하면 항상 제가 누를 때 이빨이 닫히거나 해적이 튀어 올랐습니다. 이 징크스가 탑에도 적용될 것 같아 아래에서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불안정한 건축물 주변에는 다채로운 인파가 모여있었습니다. 여행객들은 카메라와 핸드폰을 들고 다양한 각도로 기념샷을 찍었습니다. 각도와 방향을 잘 맞춰 찍으면 마치 피사의 사탑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나 등에 업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콘을 활용했습니다. 콘 위로 탑이 나오게 해서 아이스크림처럼 만들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포즈는 탑을 떠받치는 포즈와 기대 있는 포즈입니다. 친구가 잘 찍어준 덕분에 사진을 보며 한참 웃었습니다. 피사의 사탑에서만 할 수 있는 인증샷을 건졌습니다.
한바탕 웃었더니 허기가 찾아왔습니다. 푸드트럭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들고 잔디밭에 앉았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한 입 베어 물자 소풍 느낌이 났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역사적인 곳에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둥글게 모여 있던 청년들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즐거움과 활력 속에서 다시 한번 피사의 사탑을 바라봤습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피사의 사탑은 세계적인 부실공사입니다. 건물이 기울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죠. 하지만 탑이 기울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을까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는커녕 이탈리아 여느 유적지 중 하나로 남았을 겁니다. 모두가 손가락질했던 단점이 이 자신만의 장점으로 변해 지금의 유네스코 관광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흠이 있습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점을 극복하고 실수를 이겨낸다면, 더욱 멋진 사람으로 거듭난다고 믿습니다. 기울어있는 ‘피사의 사탑’처럼 말이죠. 가수 싸이의 콘서트 일화가 있습니다. 마지막 곡을 부른 싸이는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콘서트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때 스태프 실수로 <예술이야>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싸이는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합니다.
“원래 예술이 실수로 시작되는 거예요.”
그의 말처럼, 실수로 시작된 노래는 더 멋진 마무리를 만들었고요. 공연장을 나가려던 관객을 다시 한번 열광하게 했습니다.
잔디 광장을 가득 채운 청년들도 수많은 단점과 실수를 맞이하며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점과 실수를 넘어선다면 무엇보다 아름답고 멋진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14세기에 지어진 피사의 사탑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청년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일 뿐만 아니라, 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피사의 사탑이 유명한 문화유산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