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에 아부다비에서 현장 파견근무는 어떻게 보면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의 모티브를 주었을 만큼 큰 사건이었다. 사실 대학교 때부터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모두 낙방했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에서 근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비록 사막 한가운데이긴 했지만 그것도 좋았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로웠고, 뭔가 완성돼 가는 것이 눈에 보여서인지 확실히 성취감도 있었다. 주 7일 근무를 한 달 하고 나중에 주 6일 근무를 하게 되니 하루 쉰다고 또 나름 괜찮았다. 가서 느낀 점이 있다면 사업주는 일을 4일 정도 하루에 7-8시간? 혹은 그 이하로 일을 한다. 중간의 컨설팅 업체도 사업주와 같이 일을 한다. 같이 플랜트를 짓는 것인데 한국사람들만 계속 일한다. 주 6일 하루 10시간 넘게.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뭔가 엄청 부러웠다. 아 나도 빨리 퇴근해서 쉬고 싶은데... 그렇지만 한국인의 특성인지 그래도 '열심히'일해야지라는 생각이 나의 이 느슨한 마음을 다잡게 했다.
하루는 사업주와 미팅을 하고 나가는데 주말에 뭐 하냐고 묻는다. 하루 나와서 일해야 한다니, 엄청 충격을 받은 눈치다. "너 제대로 쉬어야 돼. 일도 일이지만 놀고 쉬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주말에 가서 좀 쉬어!." "응, 나도 쉬고 싶은데 우린 출근을 해야 해."라고 말하니 나를 말이 안 통하는 답답한 애로 생각하는 듯했다. 나도 잘 놀 줄 안다고... 또 하루는 중간 영국 컨설팅 업체 직원과 미팅을 끝냈는데, 자기가 주말에 갔다 온 곳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꼭 가보라고 추천한다. 아... 나도 놀고 싶다.
이렇게 일만 하다가 이곳에서의 추억이 없겠다 싶어서 주말에 힘들더라도 웬만해서는 나가보기로 도전했다. 왕복 차로 6-7시간 걸리는 거리였지만, 나가서 차도 한잔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도 좀 하니 확실히 힐링이 되었다.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은 더욱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나 쉼이 중요하다니. 가만 생각해보니 한국사람들은 외국 사람들보다 2배 가까이 일을 더 하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유럽의 업체들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된다니 무조건 집을 가야 한다고 한다. 아니 지금 일이 급한데, 한국 사람들만 답답할 노릇이다. 이때 나의 감정을 담은 일기 비스름하게 끄적거린 5년 전 노트를 보니 기름 나지 않는 나라의 설움이 담겨있다. 중동 사람들이 운 좋아서 기름 나는 땅에 태어난 것이 굉장히 배 아팠던 것 같다.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으니 결국 인적자원인 건가...
내가 한국에서만 일했으면 다들 비슷한 생활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휴가를 보내니 그러려니 하고 살았을 것 같다. '다들 사는 게 그런 거지 뭐' 하면서. 한 발치 떨어져서 보니 조금만 일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 사람을 빼면 대부분 일을 적게 해 보였고), 무엇보다 열심히 삶을 즐기기 위해 일을 한다. 다시 말하면, 일이 주(main)가 아니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위해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학교 다니고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와중에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일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