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고 나서는 제법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회사를 다니면서부터 준비하던 IELTS 시험을 마무리하기 위해 주말에는 시험을 보러 다녔고, CV와 Cover letter를 본격적으로 작성했고, 장학금이 있는 일부 학교에는 장학금 지원도 밑져야 본전이니 신청을 했다. 그동안 알뜰하게 모은 예적금, 주식, 퇴직금을 정리하고 향후 몇 달? 몇 년간의 캐시 플로를 점검하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금전적인 것은 기본적 생활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쨌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까.
영국으로 석사 유학을 생각한 것은 2016년 초 겨울, 퇴사하기 한 10개월 전이었다. 원래부터 영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나는 어학연수를 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연수 겸 석사학위도 받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 본 옵션 몇 가지. 미국은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2년 석사에 생활비는 내가 모은 돈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GRE와 TOEFL을 공부했어야 했는데, 회사 다니면서 두 개를 하기엔 굉장히 벅차 보였다. 그다음 생각해 본 것이 홍콩. 학비는 꾸역꾸역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물가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그 작은 집에 그만한 돈을 내기에는 너무 하다 싶었다. 그다음이 싱가포르. 대부분이 홍콩이랑 비슷했다. 그래서 눈을 유럽으로 돌렸는데, 독일은 독어를 또 공부해야 했다. 그다음 영국. 보통 MSc가 1년이었고 학비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비슷했다 (약 3만 파운드). 렌털비도 홍콩이랑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럴 바에는 이왕 서구권을 가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IELTS, 자소서 정도로 비교적 회사 다니면서 준비하기 수월했다.
지원서 준비
처음에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유학원을 몇 군데 방문했다. 내가 지원하고 싶은 학교와 전공 리스트를 몇 개 정해서 상담을 받으러 갔더니 '이 정도 학교 쓸 거면 혼자 하셔야 합니다'라는 답을 들었다. 실제로 그들이 해주는 것이 인터넷에서 학교랑 전공 검색해주고 비자 진행 도와주는 것인데, 돈은 또 엄청 요구했다. 이 정도야 내가 혼자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냥 혼자 준비하기로 했다. 학교는 딱 4개만 썼다. 내 20대를 바쳐 번 돈을 몽땅 들여서, 비싼 학비를 내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눈높이(?)에서 이 정도 가야 학비를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안되면 일 년 더 공부하고 다시 낸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결정했다.
-IELTS는 해커스를 한 달 다녀봤는데 별로여서 그냥 혼자 독학했다. LC RC SPK은 점수가 잘 나왔는데, 반면 Writing 점수가 잘 안 나왔다. 퇴근 후 줄리정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작문 연습을 했다. 오히려 외웠다는 것이 가깝겠다.
-추천서는 회사 부장님으로부터 1통, 대학교 교수님으로부터 1통 받았다.
-자소서는 학부 때 학점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싶은지 나의 꿈이 무엇인지 회사 경력과 연관 지어 작성했다.
-학교와 전공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부분 얻을 수 있다. 즉, 유학원에서 도움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내 전공 그리고 미래를 선택하는 일인데 남이 적극적으로 도와줘도 내가 꼼꼼히 찾는 것만큼은 안된다. 필요한 경우 Linked in이나 SNS 등으로 이미 졸업한 사람들을 컨택해 보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 (실제로 연락을 받은 적이 있음).
그렇게 영국 석사 유학을 준비한 나는, 2017년 겨울, UCL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1월 중순 즈음인가 남자 친구와 식당에서 아귀찜을 먹다가 메일 확인을 했는데 합격 메일을 받고 어찌나 기뻤는지 모른다. 학부성적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아마 회사 경력으로 커버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외 내가 쓴 다른 영국의 학교들에서는 불합격 통지를 받았으니 하나라도 된 것은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학부 성적이 높아야 타 학교들에서 입학허가받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렇게 나는 영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