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 홀로 족들이 증가하면서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가 많이 생긴 듯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혼자 밥 먹는 것이 많이 대중화(?) 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나의 혼밥 역사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한 친구들이 모두 대학에서 캠퍼스 낭만을 느끼고 있을 때 나는 노량진 재수학원에서 고독하게 수능 시험공부를 다시 하고 있었다. 내 코가 석자고, 주변 신경 쓸 겨를이 원래도 없었지만 더 없었기 때문에 철저히 외로이 수험생활을 했다. 그러다 보니 교실에서 제자리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근처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누구랑 같이 밥을 먹으면 시간도 뺏기고 말이 길어지다 보니 동네 도서관에 가서도 그냥 혼자서 밥을 먹곤 했는데, 노량진을 벗어나면 혼 밥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일 년 가까이를 지내고 나니 혼밥에 익숙해 저서 내가 꼭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냥 혼자 가서 맘 편하게 먹는 게 비교적 자연스러워졌다.
대학을 마치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동기들이나 팀 사람들과 같이 밥 먹는 일이 일상화되었는데, 유학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야 하다 보니 회사에서 혼밥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보통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었는데 밥 먹고 사람들과 커피 한 잔 마시면 금방 60분이 간다. 그래서 혼밥을 다시 시작했더니 점심시간 자투리 시간이 제법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나중에는 제법 요령이 터서 다른 사람들 나가고 30분 정도 이후에 자리에 일어나서 밥을 먹으러 가니 줄도 안 서 되고 주문한 음식도 금방 나왔다. 여느 때와 같이 혼밥을 '즐기기'위해 밥을 받아서 구내식당 햇빛이 잘 드는 외진 곳에 앉았는데 내 앞 테이블에 사장님이 앉아계셨다. 긴가민가 했는데 일어나실 때 보니 사장님이 분명했다. '식사 때를 놓치셨나?' 그리고 다음 날 밥을 받고 또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데 사장님이 앞에 계셨다. 다음날도. 그렇게 꾀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사장님이 혼밥 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 마침, 최 전무가 뒤에 대리 과장 데리고 왕놀이하면서, 밥 먹으러 가는 것을 여러 번 보았던 터라 사장님의 혼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회사도 맨날 상황 안 좋다, 위기다 말하던 터라, 고민이 많으시겠거니 짐작했다. 역시 왕관의 무게는 무거운 것인가. 회사 생활은 어느 직위나 힘든 것인가 보다.
나의 경우 혼밥을 하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정리도 하게 된다. 평상시에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 최적의 시간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밥과 함께 곱씹다 보면 사실 주변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거기에 눈치 안 보고 메뉴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되니 금상첨화다. 물론 이런 행동을 우리 팀은 이상하게 보긴 했다. '우리를 왕따 시키는 거예요? 맨날 혼자 밥 먹고.' '왜 혼자 다녀요?' 참 남일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혼밥이 대세라니, 한국 가면 혼자 밥 먹으면서 저런 소리 듣지 않아 편할 것 같긴 하다.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먹는 식사도 분명 아름다운 추억이자 중요한 이벤트이지만, 가끔 필요한 혼밥에 대한 시선이 더 이상은 따갑지 않아 진다는 것일 테니 '혼밥의 확산' 무엇인가 반가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