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건물주, 어렵지 않아요>에서는 건물주가 되는데 필요한 돈은 어느 정도인지, 재정적인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growingsnow/67) 이번에는 건물투자를 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상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10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염두에 둔 설명이라는 점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안정성 - 유동인구보다는 상주인구
상권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해야 합니다. 안정성은 중장기 관점에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건물은 주식처럼 당장 사고팔 수도 없고 아파트처럼 자주 매매가 일어나지도 않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성은 유동인구가 아니라 상주인구가 결정합니다. 유동인구는 교통환경 변화나 유행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상주인구는 거주 인구와 출퇴근 인구로 구분되고 보통은 거주인구의 변동이 더 적습니다. 직장은 대단위로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지만 (사옥 이전 등) 거주 인구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유동인구를 최고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곳들은 사실상 안정성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제 대학시절에는 신촌이 최고의 상권이었습니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대학교가 즐비하고 대학병원과 백화점, 교통망 등 모든 것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촌은 현재 예전의 명성을 잃었습니다. 대학교와 각종 편의시설, 교통망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 많던 유동인구가 홍대 부근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강남이 불패신화를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주거지로써도 일터로써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상주인구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안정성을 갖춘 입지는 이미 자리 잡은 아파트 단지의 상가나 인근 건물입니다. 단, 신규 단지는 제외입니다. 신규 단지는 상권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성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성장성 - 뜨는 곳보다는 확산될 곳
안정성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의 유지 능력을 의미한다면, 성장성은 미래 수익의 개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지하철역이 새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있거나, 택지 조성이나 상업 지구 건설 계획 등이 발표되면 인근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뛰어오릅니다. 이는 향후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기대가 정말 현실이 될지, 현실이 된다 해도 기대만큼 수익성이 발생할지는 사실 미리 알기가 어렵습니다. 개발계획이 현실화될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데다, 계획이 중간에 좌초되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신규 아파트 단지 건설이 인근 상업용 부동산에는 악재인 경우도 있습니다. 소규모 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아파트 건설 후에 오히려 세대 수나 거주 인구가 감소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호재에 성장주를 샀다가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소문만 듣고 무작정 매수했다가는 부동산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교통발 호재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파트나 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은 교통이 좋아지는 것이 늘 호재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건물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은 교통망 개선이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악재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교통이 좋아지면 다른 곳에서 유입되는 인구보다 인근 유명 상권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통이 불편한 곳의 거주민 대상 상권은 교통이 좋아지면 상권이 급격히 쇠락하기도 합니다. 신도시의 경우도 인근에 접근성 좋은 대형 상업지역이 있다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더라도 신도시 내 상권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발표된 개발계획도 100% 믿을 수 없다면 부동산에서 성장성을 노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어느 나라를 가도 대도시 목 좋은 곳에는 차이나타운이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차이나타운은 그리 좋은 땅이 아니었습니다. 차이나타운이 들어선 곳은 대부분 오래전 중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대신 지급받은 황무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의 확장이 지속되면서 오래전에는 황무지였던 곳이 도심으로 편입된 것이지요. 저는 확신할 수 없는 개발계획이나 호재보다 검증된 곳의 확장을 노리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상권 종합
앞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ㅇㅇ동, ㅇㅇ길처럼 유동인구가 몰려 소위 뜨는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유동인구가 아니라 상주인구(거주 인구, 출퇴근 인구)입니다. 안전성만을 노린다면 대규모 거주 지역 인근 물건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건물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상업용 시설이란 점을 감안하면, 거주 인구만 고려할 경우 성장성은 높기 어렵습니다. 결국 안전성과 성장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거주 지역과 상업 지구가 고루 발달된 곳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곳의 특징은 보통 일주일 내내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주중에는 출퇴근 인구를 상대하고 주말에는 거주 인구를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곳이 좋습니다. 일주일 내내 영업하더라도 찾아오는 고객이 상주인구가 아니라 모두 유동인구라면 역시 조심해야 합니다. (주중이나 주말에만 영업하는 상권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설명이므로 얼마든지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굳건하게 들어서 있는 거주 및 상업의 중심지 가까운 곳에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