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사용설명서
유명한 시장 분석가들은 많은 경우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스스로를 낙관론자나 비관론자라고 자신 있게 밝히는 분석가는 별로 없습니다.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은 경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분석해 이야기할 뿐이라고 답합니다.
사람을 볼 때 장점을 주로 보는 사람과 단점을 주로 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차이도 이런 관점의 차이일 수 있습니다. 사람을 볼 때는 보통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그게 바람직하지만, 믿고 있던 사람에게 발등 찍히는 일도 종종 일어나는지라 당해본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단 믿되, 중간중간 실제로 믿을만한지 적절한 타이밍에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의 대부분은 상승장이거나 횡보장입니다. 하락장은 짧지만 하락 속도가 무시무시해서 투자자들을 괴롭게 하지요. 따라서 확률적으로는 낙관론자를 믿는 것이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낙관론만 믿고 있다가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듯 하락장에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하락장 이후에는 누구나 조심하지만, 상승장이나 횡보장이 길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또다시 낙관론에 빠져듭니다. 이론적으로는 낙관론자를 믿되 중간중간 비관론으로 점검해야 하지만, 이론에 불과할 뿐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상승할 때는 주도주를 사고 하락할 때는 인버스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양날을 가진 ‘검’이 더 유리할 것 같지만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조금만 잘못 휘둘러도 자기 몸을 베게 됩니다.), 실제 전장에서는 날이 한쪽만 있는 ‘도’가 더 많이 쓰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모두 수익을 내려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거나 둘 다 헛발질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명확하게 한쪽 편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한쪽 편을 택할 때에는 맹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상승론자들끼리 모여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유명한 낙관론자를 모셔놓고 상승교를 만들며 숭배하다가, 하락장이 오면 갑자기 역적으로 매도합니다. 그에 반 하락교는 생각보다 신심이 꾸준한 편으로 보입니다. 상승장 진입을 놓친 사람들 외에도, 투자하다 골로 간다파, 빚투 불로소득 지옥행파들이 모여 하락장이 오기를 정화수를 떠놓고 빌고 또 빕니다. 전문가든 누구든 전망은 의견일 뿐, 절대적인 진실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비관론자입니다. 다만, 투자하는 비관론자입니다. 비관론에 귀가 솔깃하고 눈이 더 가지만, 비관론에 빠지는 이유는 싸게 살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싸게 사기를 기다리다가도 더 싸지지 않으면 종종 틀렸음을 인정하고 매수에 동참합니다. 낙관론은 사용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두운 하락장에서 상승장의 빛을 찾아내거나 다음 성장 선두주자의 초기 투자자가 되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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