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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욱 눈사람 Jun 09. 2023

재산증식의 본질

뭣이 중헌디?

최근 수년간 재산증식 또는 재테크 관련된 대중의 학습 수준이 크게 높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자주 들었던 질문이 “네, 좋은 말씀인데, 그래서 뭘 사라는 거지요?”였다면, 이제는 많은 분들이 시장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궁금해하고 그 이유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찍어주는 일회성의 족집게 방식 강의에서 벗어나 물고기 잡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려는 노력은 분명히 이전보다 발전된 모습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모든 조건이 동일한 두 사람, 김경제 씨와 김보통 씨가 있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김경제 씨가 최근에 금융시장과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해서 기초를 다졌다는 점입니다. 이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더 부자가 될 확률이 높을까요?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공부를 한 사람이 당연히 유리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은행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부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부자들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 부자들은 주로 중소기업 사장님들이거나 건물주입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부자들이 이 두 부류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은 은행원이 아니더라도 체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투자 지식이 부를 판가름한다면, 이분들은 당연히 금융시장과 경제에 대한 전문가여야 합니다. 그러나 은행에 찾아온 대부분의 부자 고객들은 이런 지식들에 대해 본인들보다 훨씬 재산이 적은 은행원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대기업 10년 차 직장인 김 과장은 어느 날 계좌를 확인해 보니 모아 놓은 돈이 1천만 원 있습니다. 1천만 원은 분명히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새해가 되어 재산증식에 나서기로 결심한 김 과장은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를 검색하며 주식투자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것이 많은 초보자들의 모습입니다.


김 과장에게 중요한 것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10년 동안 1년에 평균 1백만 원밖에 모으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주식투자로 낼 수 있는 수익은 아주 잘 해야 연간 20~30% 수준입니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불확실한 2~3백만 원의 수익이 아니라 저축입니다. 노력하면 1년에 1천만 원도 넘게 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는 재산증식의 차선책일 뿐입니다. 재산증식의 진정한 끝판왕은 창업입니다. 세계 부자 순위를 보십시오. 순위권 안에 드는 투자자는 워런 버핏밖에 없습니다. 단지 1명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투자 고수가 부자 순위에 들어간 것을 저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투자는 창업할 용기가 없는 저 같은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소심한 차선책일 뿐입니다. 투자의 한계를 알지 못하면 시작부터 헛발질을 하게 됩니다.


투자로 몇 년 만에 부자가 되겠다는 것만큼 말도 안 되는 것도 없습니다. 주위에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면, 이는 두 가지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 외국인이 한국 드라마를 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가면 저렇게 미남미녀들이 넘쳐나겠지?’ 이 외국인에게 잘 생긴 사람들만 드라마에 나온다는 사실과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관심 밖입니다.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면, 그것은 성공한 이들만 알려진다는 것과 투자로 실패한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아는 사람들 중에서 금융경제 지식과 트레이딩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있다면 그분들의 수를 본인 핸드폰에 저장된 여러 연락처들의 개개수로 나누어 보십시오. 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요? 교과과정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1~2넌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간혹 보더라도, 단기간에 성적을 급격히 올려주겠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이해도를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학원 강사들은 물론 일반 수험생들도 중요한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한 과목 안에서도 중요한 단원이 무엇인지 손쉽게 짚어낼 수 있지요. 별다른 고민 없이 재산증식을 위해 투자부터 공부하는 것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제2외국어에 올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2외국어도 분명 수능 점수에 도움은 되겠지만, 일어나 독일어부터 시작하는 수험생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만나본 현실의 부자들은 본능적으로 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재산증식의 국영수를 터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투자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투자를 만능열쇠로 생각한다면, 재산증식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재산증식이지 투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투자가 아니라 재산증식의 국영수가 무엇인지 배우고 연습해야 합니다.


다시 게을러지지 않을 때까지 제가 바라보는 국영수가 무엇인지 틈나는 대로 하나씩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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