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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라 Jan 04. 2024

신입 트레이너가 되었습니다.

오랜 것이 되고픈 소망

'한 가지 일을 해온 지 오래되었다' 라고 말하려면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야 적당할까?


최근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 이전에 무슨 일을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가장 오래 했던 것은 바로 바리스타 라는 직업이었다.

나름 커피를 진지하게 공부했다. 단순히 장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취미였으며 소소한 행복이었다. 그러나 돈은 되지 않았다. 카페의 매출이 녹록치 않았던 나날들에서 부터 시작된 고민.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래서 인정했다. 나에겐 자본도 실력도 부족했다.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운좋게 카페를 넘기고 다시 주부의 삶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카페일을 놓지는 않았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꾸준히 해서 몸에 익은 일이니 어딜 가든 좋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알바 그 이상은 하기 힘들었다. 아이가 어렸으니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의 점장이나 매니저 일도 하늘의 별 같은 이야기 였다.

카페를 폐업처리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를 오면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과도하게 살이 쪄있었고 마음은 우울했다. 단지 삶의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고 싶었다. 근데 이게 내 인생을 바꾸는 선택이었다.


처음부터 운동을 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체육 실기는 늘 '가'를 받았다. 뜀박질이나 여타 다른 운동과 인연도 없었다. 집에서 누워서 만화책 보는게 제일 행복한 인간이었다. 운동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 영업에 데여본 적이 있어서 서비스직에 영업직인 저 일을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커피 다음 내 인생에 영입하려고 애썼던 것은 바로 퍼스널브랜딩, 인플루언서로서의 길이었다. 말이 좋아 인플루언서지 이미지를 잘 팔아 물건을 사게 만드는 유통업에 관심이 있었던 셈이다. 한참 코로나 시절에 맞물려 인스타니, 블로그니 sns로 월에 천만원 번다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카페를 망하며 좋아하는 일이 아닌 잘 먹고 사는 일로 삶의 방향을 정한 뒤로 유투브 알고리즘엔 '집에서 돈 버는 법'에 대한 영상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잘 팔아 제끼려고 나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새삼 진지하게 건강과 운동에 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또 sns 상에서 다이어트는 꽤나 잘 팔리는 컨텐츠였다. 처음엔 단순히 관련 물품을 공구하거나 협찬받는 거에 집중해서 sns를 키우기 위해 운동과 다이어트하는 내용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니 필라테스 강사 자격을 수료하고 트레이너 자격증을 수료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스스로를 잘 팔려고 퍼스널 브랜딩을 애써왔는데 이것 또한 트레이너로써 장점이 된다. 인생은 영업인 것이다.


여차저차해서 이 길로 흘러들어왔지만 생각보다 재밌고 적성에 맞는다. 다만 한 가지 바램은 이것을 꾸준히 하고 싶다. 라는 것인데..


내 실적만 신경쓰면 되는 간단한 일 같지만 나름 중소기업 급 헬스장에 들어가 이런 저런 회사 업무와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스스로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직은 신입이기도 하니 적성에 안 맞으면 그만둘 수도 있겠고 회사와 맞지 않는다면 회사측에서 나를 정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단순 취미가 아닌 업이 되었으니 생활과 연관되어 심플하게 마음먹기가 힘들다. 애초에 자유롭고 미래에 대해 방관하는 스타일인 내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서는 점점 생활형의 사람이 되고 있나보다. 이제야!


이런 변화가 내심 반갑기도하지만 생경하기도 하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하기 위한 직업을 갖게 되다니. 나이 30 중반이 되어서야 신입 명찰을 달고 이제야 어른이 되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 어렸을 적 뮤지컬 연출이라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시절을 회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나에게 소중하다는 뜻인가 보다.


어렸을 때부터 간절히 한 가지 일을 오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변덕스럽고 감정적인 성정. 관계에서 안정되지 못한 탓에 폭주하기 일쑤여서 평생 그렇게 못 살줄 알았다.


결혼하고 10년, 생각보다 한 사람과 가정을 잘 꾸려가는 내 모습을 보며 스스로 자신감이라도 생긴 것일까?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매일, 매달 매달 최선을 다 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 그것만이 오래도록 한 자리에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겠지. 알면서도 불안하다. 쉽지 않을 것을 알아서. 잘 흔들리는 인간이라서.


근데 살아보니 흔들려도 꺾이지 않으면 정말 괜찮더라. 상관없더라.  


우선은 1년, 아니 2년, 아니 한 5년은 꾸준히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어 보고 싶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마음 같지 않은 날들도 있겠지만. 세상아 날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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