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오랫동안 다니다 갑자기 아무 말 없이 회사를 그만 두고 개인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표를 낸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사업아이템을 구상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한 번도 회사에 불평이 없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알고 성실하게 다니는 줄 알았더니만 나름 장래에 대하여 고민이 많았었나 봅니다. 원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더 오래 다니는 법이니까요.
처음에 사업을 하겠다고 저에게 자문을 구할 때만 해도 그냥 무언가를 하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그 사업이 나름 번창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사업을 확장하여 지점까지 냈던 것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부러움 반 시샘 반 느끼며 그 친구 술을 얻어먹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그 친구가 몇 달 전에 ‘부가가치세 무신고 및 세금계산서 미교부 가산세’를 납부하라는 고지를 세무서로부터 받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사연인즉슨 친구가 지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지점의 매출가액에 관하여 본점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본점의 관할 세무서장에게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였던 것입니다. 친구는, 부가가치세 신고를 전혀 하지 않은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어차피 지점에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것과 본점에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것은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가 납부되지 아니함에 따른 재정수입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처리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판례에 의하면, “2이상의 사업장을 가진 사업자가 지점에 관하여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아니한 탓으로 지점의 공급가액을 본점의 공급가액에 포함시켜 부가가치세를 계산하고 그 예정 및 확정신고를 본점의 관할 세무서장에게 하였다면 그 신고는 본점과 별개의 사업장인 지점에 관한 예정 및 확정신고로서는 효력이 없어 무신고 및 세금계산서 미교부가산세가 적용된다”라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3.12.26. 선고 2013두17800판결).
친구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동일한 납세의무자라도 사업자단위과세사업자가 아닌 자는 사업장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그 사업장마다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계산하여 신고·납부하여야 한다는 법률 규정(구 부가가치세법 제4조 제1항, 제5조 제1항) 에 충실한 판례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