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명의신탁 주식을 상속받는 경우 증여세를 또 납부하는가?

by 박흥수 Dec 11. 2024

주식을 명의신탁받으면 증여로 의제되어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하는바이미 명의신탁된 주식을 다시 상속으로 물려받는 경우에도 새로운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하는가?


항상 가을은 조용히 왔다가 창가에 홀로 앉아 말없이 차 한잔 마시고 언제 간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손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식간에 가을이 오고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일찌감치 송년회 날짜를 잡자는 연락이 오는 요즘입니다. 며칠 전이던가요. 그날도 오늘처럼 가을향기가 물씬 풍기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무서에서 갑자기 증여세를 내라고 연락이 와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왔다며 누군가(편의상 이하 ‘갑’이라 합니다)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세무서에서 증여세를 내라고 연락이 왔다는 거예요.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갑의 아버지가 생전에 아버지 친구가 주주로 있는 A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의 아버지는 아버지 친구의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준 것이어서 실제 주식을 소유한 것이라 볼 수는 없고 소위 ‘명의신탁’을 받은 것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하면 주식을 명의신탁받은 경우 명의신탁받은 자는 그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되어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생전에 갑의 아버지도 알고 있었고 그 친구도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 친구는 이를 미안하게 생각하여 위 증여세 문제를 깨끗하게 처리해주었다고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다보니 갑은 자기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상속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즉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A회사 주식을 아버지의 친구가 미처 자기 자신에게 환원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갑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다보니 갑 명의로 다시 주식명의개서가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무서에서, 갑의 아버지가 명의신탁받은 그 주식이 갑에게 상속되는 순간 새로운 별개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갑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것입니다. 갑의 아버지가 주식을 명의신탁받으면서 증여가 성립하고, 그 주식을 갑이 상속으로 취득하는 경우에 또 한번 더 증여가 성립한다는 논리인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주식을 명의신탁받으면 증여로 의제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실질소유자인 명의신탁자와 단순명의자에 불과한 명의수탁자 사이의 합의나 명의수탁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명의개서가 된 때에만 증여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런데 갑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사망함으로 인하여 아버지의 지위를 법률상 당연승계한 것에 불과하고 어떤 새로운 경제적∙ 법률적 가치나 의미의 변동 없는 단순한 형식상 변동에 해당할 뿐이어서 이를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갑이 아버지의 친구와 갑이 명의신탁약정을 맺은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2012.07.13. 선고 부산지방법원2011구합4474 판결).      

제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갑은 안심이 되었는지 얼굴색이 환해져서 돌아갔다. 세상일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항상 뜻하지 아니한 데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철학관에서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