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후에 상당기간 지난 후, 합의로 증여계약을 해제한 경우 증여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또는 위 증여계약이 무효라면 증여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돈이 많은 사업자인 아버지와 그 덕에 부족함 없이 자란 아들의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제 친구의 경우도 그런 경우에 해당할 거예요. 그 아버지는 변변한 직장도 없이 매일 술에 빠져 지내는 제 친구가 못마땅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아버지는 시가 5억원의 건물을 제 친구에게 조건을 걸고 증여하였습니다(부담부 증여). 아버지가 건 조건은, 증여한 후 3년이 되는 날 제 친구가 1억원을 아버지에게 현금으로 주기로 하는 조건을 걸고 만일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제 친구는 증여받은 건물을 다시 아버지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제 친구는 위 건물을 증여받았고고 나서 그에 따른 증여세 신고 및 증여세 납부를 했습니다. 제 친구는 그 건물을 증여받은 후 나름 열심히 노력은 하는 것 같았습니다. 술도 자제하고 건물을 관리하느라 나름 바빠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년 만에 1억원이라는 돈을 아버지에게 드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제 친구는 결국 위 조건을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완고한 제 친구 아버지는 이러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아들에게 다시 위 부동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만 제 친구는 아버지에게 위 건물을 돌려주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제 친구가 건물을 돌려주지 아니하자 그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판사는 원, 피고가 부자지간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되도록 합의를 종용하였으며 결국 재판상 화해로 제 친구가 아버지에게 부동산을 돌려주기로 하였고 제 친구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말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 친구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부동산을 다시 아버지에게 돌려주었으니 자신이 3년 전에 낸 증여세를 돌려달라고 세무서를 상대로 조세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아버지에게 받은 건물을 돌려주게 되자 제 친구도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었나 봅니다.
제 친구가 주장하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국세기본법에 의하면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에는 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세무서는 위 증여세 상당액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더라도 그 등기원인이 된 증여행위가 부존재하거나 무효인 경우라면 그로 인한 소유권이전의 효력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의 유무와 관계없이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될 수 없고(대법원 1995. 11. 24.선고 95누1006 판결 참조), 위 원인무효의 등기가 말소되어 당초 소유자에게 소유권이 회복된 것 역시 증여라 할 수 없으므로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인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제 친구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조건부 증여하였다가 조건 미성취로 위 계약이 무효라는 제 친구의 주장은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이 가장 큰 이유이고 애초 증여세 신고 당시에는 위와 같은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신고한 바 없다는 것이 그 다음 이유였습니다.
또한 판례에 의하면, 당초의 증여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하여 그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적법하게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사이에 담합이 이루어져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인 것처럼 제소하여 말소등기를 명하는 판결을 받아 동 등기를 말소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기존의 증여계약에 대한 일종의 합의 해제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상당한바(대법원 1998. 4. 24.선고 98두2164 판결 참조), 이 경우 증여계약의 이행에 의한 재산의 취득이 있게 됨으로써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국가의 조세채권이 발생한 이후 증여계약의 당사자가 그 증여계약을 합의해제하였더라도 그로 인하여 이미 발생한 국가의 조세채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누607, 판결, 대법원 1989. 6. 13., 선고, 88누8715, 판결)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제 친구의 경우에는 기존의 증여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됨은 물론이고 증여받은 날로부터 6월경과 후에 합의해제가 되었으므로 이에 대하여도 다시 증여세를 부과 받았을 것으로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