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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때 쓴 소설을 옮겨본다

by 박흥수

안개가 자욱한 어느 어촌 마을에 버스가 서고 어느 여인이 버스에서 혼자 내린다.

인적이 없는 마을을 걷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골목에 숨는다. 그 여인은 20년 전 어린 아들을 두고 그 마을을 떠났었다. 이후 그 여인은 어선의 그물을 손질하던 스무 살이 넘은 아들과 재회했다.


그러나 아들은 그 여인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서 이 마을을 떠나라고 모질게 대하고 외면했다. 용기를 내어 돌아왔지만 결국 그 여인은 후회와 낙심에 빠지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 즉 아들의 아버지는 배를 타던 사람이었는데 배를 타고 나갔다가 기상악화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여인은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있었으나 그 아들을 키우며 평생 그 어촌 마을에 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여인은 그 아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야반도주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삶은 쉽지 않았다. 돈도 벌리지 않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물론 식당에서 일도 하고 그 식당 단골과 살림을 시작해 보기도 하였지만 끝내는 다 부질없었던 것이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녀는 며칠 후 그 어촌 마을에서 가장 바다가 잘 보이는 벼랑 위에 서 있다.

그 마을에는 그녀를 기억하는이는 더 이상 없었고 피붙이인 아들마저 외면하니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벼랑 위에서 있다 보니 차디찬 바닷바람에 눈이 매웠던 탓인지 아니면 세상이 야속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끝없이 흘러내린다

그러던 중 뛰어내린 것인지 아니면 발을 헛디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벼랑에서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다행히 파도는 잠시 쉬고 있어 바다 위에서 허우적거릴 수는 있었지만 온몸의 힘은 점점 빠져나가고 있다. 그녀를 발견한 사람들 소리로 마을은 웅성웅성 소란이 일어난다. 사람이 빠졌다며 큰일 났다며 사람들이 벼랑으로 몰려간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바다로 뛰어들지는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갑자기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벼랑에서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진 것이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아들이다.


그녀의 아들이 그녀에게 다가가기에는 바다가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파도도 점점 심해지고 있고 날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그녀의 아들은 그녀를 향해 헤엄을 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힘이 빠져 이제 숨을 쉬기 위해 머리를 바다 위로 들어올리지도 못한다.


곧 탈수로 인하여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그러던 중 그녀의 아들의 손이 그녀의 옷깃에 닿으려 한다.


이제 조금만 팔을 뻗으면 그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오.. 드디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집채만한 커다란 파도가 그 둘을 하얗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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