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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민 Jul 20. 2021

경수진만 있다면 나 혼자 살 수 있어!

'나 혼자 산다' 402회, 경수진이 선택한 주체적인 일상

 혼자 산다, 경수진이 돌아왔다

 첫 출연부터 자취 8년 차에, 홀로 테라스 시공은 기본이고 출장(?) 공사까지 해내던 그. 텃밭 가꾸기, 라탄 바구니 공예, 수제 막걸리 제조 등 방송에서 여러 자급자족 라이프를 선사했던 그는 바로 경수진이다. 경수진은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여 위와 같은 업적(?)을 쌓고, 무지개 회원이자 무엇이든 뚝딱 만들고 해결해내는 ‘경 반장’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경수진의 첫 출연

 이러한 경수진이 지난 6월 25일, <나 혼자 산다> 402회에 돌아왔다. 경수진은 드라마 종영 이후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하여 이사한 신당동 새집을 공개했고, 새로운 동네에 바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경 반장이라는 별칭답게 이번에도 공구를 쥐었다. 처음엔 반려묘 ‘호두’를 위해서였다. 경수진 일상의 새로움엔 변화한 공간뿐 아니라 반려묘 호두의 존재도 있었으니까. 그는 전 집에서 사정상 함께하지 못했던 호두의 캣타워를 뚝딱 설치하고는 아직은 생소하기만 한 동네를 익히기 위해 어김없이 우비를 쓰고 비를 거슬러 길을 나섰다. 호두를 위해 집 근처 동물병원 한 곳을 뚫어놓고(?), 신당동 하면 떠오르는 떡볶이를 포장하고, 새로운 터에서 지낼 운세도 보고… 철물점과 반려동물 용품점 등에도 발을 옮기며 경수진의 적응을 향한 시선과 발은 멈출 새를 모르고 바쁘게 움직였다.

 집에 돌아와도 그에게는 쉼이란 없었다. 또다시 공구를 집어 들고 철물점에서 구비한 장비로 테이블을 개조하기 시작하더니, 테라스에서 떡볶이와 맥주를 함께 곁들이고는 캔맥주로 무드등을 만들었다. 그 무드등을, 사랑하는 반려묘와 함께 가만 지켜보는 모습은 일상의 소박한 행복이 드러나 그 자체로 어떤 장면보다 아름답게 다가왔다.   

 경수진이 출연한 본 회차는 한 개인의 하루를 통해 마음 편한 공감과 힐링을 이끌었다. 이는 방송이 그저 그의 새로운 터에서의 시간을 바쁘게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새로운’ 공간에 홀로 적응하는 모습이, ‘다시’ 함께하게 된 반려묘에 듬뿍 쏟는 사랑이, 무언가를 쉽게 버리거나 낭비하지 않고 만들고 개조하기를 선택하는 경 반장 ‘그대로’인 일상이 너무나도 무해하고 건강했으니 말이다.     


“모던 미드센추리?”

 그런 경수진의 일상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던 것엔 패널들의 태도가 한몫을 했다.

 경수진은 집 내부를 ‘모던 미드센추리’ 스타일로 인테리어 했다고 말했다. 모던 미드센추리는 근래의 유행이 많이 집합된 인테리어 스타일로, 은색이 들어간 소품을 포인트로 독특한 컬러감의 가구를 배치하여 모던한 느낌을 주는 1950-60년대 미국의 인테리어 방식이다. 이를 아는 박나래와 키는 경수진의 감각에 쌍수를 들고 감탄하는 반면, 기안84와 전현무는 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에 그들을 과하게 조롱하거나 폄하하지 않았다. 그 대신 모던 미드센추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친절한 설명이 뒤따를 뿐이었다. 오히려 전현무가 “왜 진작 얘기를 안 했냐”, “돌아버리겠네”라며 이미 인테리어를 해 버린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후회하는 대목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2부 오프닝에서 키는 전현무의 루시퍼 댄스, 일명 무시퍼(?)가 10년째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불평하면서도 전현무와 함께 열심히 춤을 추었다. 그는 막춤을 추는 그의 옆에서 “이 정도면 내가 진짜 착한 거야”, “우리 같이 가야 돼요”라며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이어나갔다.

 이외에도 경수진이 작은 테이블을 버리지 않고 큰 판을 탈부착할 수 있게 개조하는 순간에 키와 박나래는 자신들이었다면 새로 샀을 것이라며 경수진의 ‘고쳐 쓰기’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적확하게 짚어 치켜세워주기도 했다.

 패널들이 농담을 주고받거나 감정을 내색하는 방식은 모두 개인의 선에서 처리되었다. 서로를 높여주는 순간에도 모호한 과장 대신 근거와 맥락이 있었으며, 그 누구도 타인을 향해 단순 재미를 앞세운 화살을 쏘지 않았다.  


    

경 반장님이 선택한. 버리지 않고 바꿀 수 있는 삶     

 경수진은 지금껏 방송에 출연하면서 경 반장으로서 거듭 ‘버리지 않고 개조하는 능동적인 삶’을 보여주어 왔다. 업체를 부르거나 이미 만들어진 완제품을 구매해야 만이 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일들을 그는 직접 실천하고 만들어던 것이다. 남녀노소, 여럿이, 혼자 할 것 없이 그는 공구를 다루고 문제를 척척 처리하는 반장이라는 역할 내지는 이미지를 씩씩하게 해냈다.

 특히 이번 회차에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시작’하고 ‘선택’하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송의 막바지에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로부터’라는 글귀를 통해 “어쨌든 제가 이 집을 선택을 했고, 그래서 호두를 데리고 이 집에 오게 된 거죠”라고 말하는 경수진은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 큰 변화”를 경험한다. 호두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무언가를 애정 하는 사람 특유의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열렬히 반려묘를 사랑하고 행동한다.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저렇게 건강하고 멋있게 살 수 있을까 싶은 그에게도, 엄청나게 맛있는 떡볶이의 맛을 혼자만 알게 되는 처지에 “혼자 안 살고 싶다”라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이 있었다.

 나는 그런 경 반장님의 솔직 담백한 모습에 저절로 프로그램명을 곱씹게 되었다. 나 혼자 산다, 혼자 사는 일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 나는 경수진에게서 오랜만에 <나 혼자 산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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