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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연 날리던 날

딸에게 쓰는 편지

생일 선물로 갖고 싶다던 앵무연을 구했습니다.

이 녀석 정말로 갖고 싶었던지, 온라인몰에 앵무연이 다시 나타나자마자 아빠에게 바로 알려줍니다.


앵무연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연의 몸통은 초등학교 4학년 따님을 거의 다 가릴 정도입니다.

연을 바라보는 따님의 표정이 흐뭇합니다.

연을 조립해 거실 한 켠에 걸어놓으니 거대한 독수리 같습니다.


주말 따님의 성화에 연을 챙겨들고 한강으로 갔습니다.

한강에는 연 날리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빠들이죠.

편의점에서 산 가오리연은 가벼워 날리기가 쉽습니다.

따님도 가오리 연을 날릴 때면 얼레를 풀었다 감았다 제법 프로 티가 납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앵무연을 조립하고, 연을 날리기 위해 자세를 잡았습니다.


“오~ 저 연 좀 봐봐~~”


한강 풀밭에서 주말 오후를 즐기는 시민들이 시선이 앵무연을 향합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앵무연을 너무 화려하고 컸습니다.

앵무연의 실을 여유 있게 풀고 달리기 시작!

앵무연이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따님도 옆에서 같이 뜁니다.


어느 정도 높이, 멋지게 날아오른 연은 바람을 타지 못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앉습니다.

앵무연이 바람을 타려면 좀 더 높이, 좀 더 빨리 달려야 합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앵무연을 안정적으로 날게 만들었습니다.

작은 언덕위에 서서 자리 잡고 앵무연의 얼레를 따님에게 건넸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따님은 얼레를 받지 않았습니다.


“아빠! 나 목마르다. 물 좀 사올 게~”


“어? 그래...”하는 사이 따님은 아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갔습니다.


그렇게, 나이 많은 어른 혼자 화려한 앵무연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살피지는 않았지만, 한강공원의 많은 이들이 오며가며 연과 아빠를 쳐다봅니다.

아.. 뻘줌...


“애는 왜 이리 안오나.....” 혼자 중얼거리며 연을 날립니다.

5분, 10분........ 시간은 가는 데 따님은 오질 않네요...


한참을 날리다 결국 앵무연을 땅으로 착륙시켰습니다.

그 뒤로 한참이 더 지나 따님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타났습니다.


따님은 그 날 결국 앵무연을 날리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자랑합니다.


“엄마, 앵무연 사람들이 다 쳐다봐,, 떨어질 때도 멋지게 내려와~”


주절주절....


“너 사람들 시선 때문에 앵무연 안 날린거야?”


“ㅎㅎㅎㅎ 창피하잖아!”


“아.... 아빠는? 옆에는 있어줬어야지...”


바람 많이 부는 날 한강에서 다시 한번 앵무연을 날리러 가겠습니다. 

그때는 아빠가 아닌 따님의 손에 얼레를 맡기겠습니다!!!!


원 출처 : 미디어패션쇼(www.fash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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