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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Oct 05. 2019

파리가 내게 남긴 것들

에필로그

내가 처음 파리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정재형의 '파리토크'라는 책을 보고나서였다.

파리라는 글의 배경보다 좋아했던 아티스트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기쁨에

집어들었던 그 책에는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밖을 바라보는 사진 한장이 실려있었다.

그 사진을 보고 문득 '파리에서 산다는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내가 처음 파리를 선택한 이유였다.


파리여행 후기들에서 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파리는 내게 친절했고 다정했다.

어두침침한 지하철도 좋았고, 내게 먼저 다가와주던 파리 사람들도 좋았다.

만나면 안녕하냐고 부딪히면 미안하다고 건네는 사소한 인사들,

난생 처음 노천카페에서 마셨던 에소프레소,

사진으로만 보던 에펠탑에 종종 울컥했고,

흐리다가 비가 오다가 갑자기 해가 쨍하고 고개를 내미는 변덕스러운 파리의 날씨도.


그 이후 나는 9년 동안, 한달씩 파리에 머무며 여행을 했다.

매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파리에서 보낸 아홉번의 한달들은,

11개월 동안 쌓였던 고단함을 위로해줬다.


이제는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보려  파리를 가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가졌던 파리에 대한 사랑이 사라질 수도 있고

파리의 풍경들이 일상이 되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에펠탑도 무덤덤하게 바라봐 질 수도 있다.

그건 조금 슬픈일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생에 한번쯤 파리에서 살아 볼 기회가 있다는건 큰 행운이라는

어느 예술가의 말에 나도 동의하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곧, 당분간 파리에서 산다.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의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게 된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내게 그랬던 것처럼.


- Ernest Hemin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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