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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an 21. 2019

체크인이 주는 위로

처음 서울에 올라와 살았던 곳은 충무로의 아주 작은 고시원이었다.

157cm의 내 키에 딱 맞추기라도 한 듯 좁은 침대. 침대에서 손을 뻗으면 모든 물건이 손에 잡히는

방 안. 양 팔을 뻗으면 양쪽 벽이 손끝에 닿는 그토록 좁고 좁은 방이었다.

옆방의 숨소리조차 생생하게 들려서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곳.

늦은 시간 퇴근을 할 때마다 찬란하게 빛나는 불빛들을 보며

이 넓은 서울 하늘 아래 내 몸하나 뉘 일 곳이 이렇게 없나... 때로는 서글픔 마음을 안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 닭장 같은 고시원 방에서 식사를 해결하곤 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내 집을 구하는 일도 그랬다.

이 넓은 세상에 내 몸하나 뉘일 마땅한 곳을 찾는 일은 조금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서비스에 청결한 곳을 찾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후기를 샅샅이 읽어보고 간다고 해도 가보지 않고 결정하는 숙소란 늘 복불복이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현지에 도착해 무거운 짐을 들고 같은 길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돌고 돌다 숙소를 찾아내면

그렇게 뿌듯하고 나 자신이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


체크인이 되셨습니다.

어렵게 찾아낸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내 방으로 들어가 무거운 여행가방을 내려놓았을 때

낯선 도시를 헤매는 동안 나를 흔들었던 걱정과 두려운 마음도 함께 내려놓는다.

이제 여기는 내 방.

이곳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나의 안식처이자 휴식처가 되어줄 내 방이다.


쓰기 편하도록 짐을 풀어놓고 잠시 침대에 누워있으면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낯설고 생경스러웠던 곳이 어느새 편안해진다.


지구 반대편의 며칠 동안 내 방이 주는 위로는 제법 따뜻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두 다리 쭉 뻗어 쉴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매 순간 어떤 안정감을 느꼈다.


오늘 여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으로 가자.

오늘 파리는 너무 으슥하고 추워. 이쯤에서 집으로 가자.


그랬다.

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어느 시간, 어느 순간 돌아갈 나의 방이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풀어놓았던 짐들을 다시 가방 안으로 집어넣고

내가 묵었던 그곳을 둘러본다.

 

이제 어쩌면 다시는 오지 못할 곳.

잔뜩 긴장하며 걷던 낯선도시에서 유일하게 내가 편안해지던 곳.

그렇게 내게 쉼을 내어주던 곳.


"체크인이 되셨습니다"가 주는 안도감이 좋다.

낯선 도시의 처음 가보는 내 방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


여행을 하다보면 아주 다양하고 사소한 위로를 받게 된다.

나에겐 그 위로들 중  하나가 숙소다.

지구 반대편 내 방이 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가 좋아서 나는 자꾸만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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