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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an 17. 2019

이토록 낭만적인

센강 좌안의 생제르맹 데프 레 되 마고.

헤밍웨이와 오스카 와일드, 카뮈 등 최고의 문학가들이 커피 한잔과 토론을 즐기던 지성적 삶의 무대.


파리 여행의 책들에서 본 레 되 마고의 젠틀하고 깔끔한 가르숑들이 내 눈앞에서 움직이고,

테라스에서 보이는 오래된 종탑의 정취를 느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 버리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나에게 작은 엽서를 쓰고 가끔씩 책에 눈을 돌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나야 할 곳은 소로본 대학.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 있게 걸어보기로 했다.


그리곤 아주 작고 소박한 공원에 다다른다.

바람은 차가운데 하늘이 너무 청명하다.

간단히 점심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오래된 종탑 앞 자동차 유리에 꽂혀있는 장미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누가 꽂아 놓은 걸까?

어느 회사의 광고 중 하나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프러포즈?


그게 무엇이든 파리는 이토록 낭만적인 곳이구나..

몰래 가져가고 싶었지만,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만 같아 그저 가만히 두고 본다.

꽃이란 꺾었을 때보다 멀리서 지켜보는 게 더 아름다울 때가 있으니까.


우리는 이렇게 늘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만나게 된다.

어제 날 사랑한다 속삭였던 연인은 오늘 갑자기 내가 싫다 떠나고

기대했던 발표 속엔 내 이름은 없고 늘 그렇듯 로또는 다른 사람 에게만 행운을 주는,


우연히 길을 걷다 그와 함께 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온다던가

방안 잃어버린 물건의 자리를 찾아주다 그와의 기억을 찾아버린다던가 하는

아주 사소하지만 극적인 그런 상황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그 꽃을 받아 든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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