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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10. 2018

'와치독' 기자들을 상대하는 법

#단상 #에세이 #기자 

<기자를 상대하는 법에 대한 단상>

    '와치독'

    언론을 '와치독'(WATCHDOG)이라고 한다.

    감시견?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역시 기자는 뭘 해도 기러기 아니면 개. 짐승에 비교된다.

    와치독 역할은 어떻게 수행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언론이 여론의 '빅마우스'이자 '온갖 뜬 소문의 참 거짓 판단' 기준 역할을 하다 보니 권력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일 테다.

    그러나 지난 두 정권을 거치면서 과연 언론이 와치독 역할을 했는지에는 의문이 든다.

    와치독보다는 카와이한 '랩독'(무릎 위 댕댕이란 뜻·권력순종형)이 돼서 권력에 빌붙거나 그냥 집 지키는 개 수준에서 가드독(경비견·권력지킴이) 역할을 해온 것 같다.

    그래서 '기레기'라는 소리도 나왔을 거다.

    언론은 이런 유혹에 항시 노출돼 있는데 이유는 그만큼 쥐고 있는 파워가 있기 때문에다. 랩독이고, 가드독이고 뭐라도 갖고 있어야 시켜주지 뭐 아무것도 없는 천둥벌거숭이에게는 안 시켜준다.

    아무튼 썩어도 준치,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했던가. 

    언론을 그렇게 욕하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한다 한들 이 무서운 개를 직접 마주하면 솔직히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왜 기자를 와치독이라 부르는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기자들은 매우 집요하다. 

    뭐가 집요하냐면 자신이 생각한 야마에 맞춰 취재원들의 멘트를 끌어내거나 기사 쓰기 좋은 논거가 될 만한 행동, 증거, 발언 등을 뽑아내는 데 있어서 굉장히 집요하다.

    에이 집요해 봐야 뭐 있겠어? 하겠지만 그런 생각은 고이 접어 치워 둬야 한다. 기자들은 냄새를 맡았다 싶으면 심지어 당사자가 그것을 잊어도 기자는 절대 그것을 잊지 않고 기회를 노린다. 그냥 놔두고 본다고 할까? 

    내가 우연히 길을 가다가 줍다시피해서 받은 이달의 기자상 단독 기사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이다. 그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 8개월을 취재했던 거 같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세 번 바뀌려는 찰나에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으니 맞을 거다.

    기사는 공소시효도 없고, 기자들은 연말 털기처럼 그해 성과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 이런 집요함이 가능하다.

    그래서 평소에는 '에휴, 기레기' 하다가도 직접 기자를 보면 당황하게 돼 있다.

    사람은 높고 낮음이 없지만, 속세의 판단 기준을 잠시 빌리자면 기자들은 위로는 최고 권력자부터 아래로는 유치원생 아이까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상대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소위 사람 다루는 기술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윽박지르듯 사람을 어르고 달래고, 겁박해 가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별짓을 다 한다.

    내가 해 본 짓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전주에서 유명했던 '냉동탑차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과 관련해 숨진 피해자 3명과 연루된 조폭 부두목이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이 부두목의 멘트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 부두목 부모님 댁에 찾아가 아버지, 어머니, 그 부두목의 아들을 데리고 교도소 면회를 간 적이 있다.

    면회소에서 당황하던 그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차례로 입장하고 뒤이어 내가 '짠'하고 나타났을 때 '저거슨 뭐시여?'하던 그 표정이란. 너무 무섭게 나를 쳐다봐서 오금이 저리고, 살짝 지릴 뻔했다.

    이러니 일반인이 갑자기 독종같은 기자를 맞닥뜨리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자를 상대하는 법에 대해서 잠시 소개를 할까 한다.

    업계 비밀이 폭로되는 정도는 아니고, 괜한 오해나 일이 꼬이는 것을 방지하는 꿀 팁 정도로 봐주면 좋을 거 같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하나 전제로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 방법은 일단 본인이 잘못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적용이 가능하다. 물론 옳고 그름이 애매한 상황도 적용이 된다. 다만, 본인이 잘못했다면 꼼수는 그만 부리고 죗값을 달게 받고 새사람이 되도록 하자.

    일단 기자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 만나는 것'이다.

    어떻게 안 만나라는 것이지?

    그냥 상종을 안 하면 된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기자의 전화나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안다는 것이다.

    기자는 사법기관이나 법 집행 행정기관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냥 상대를 안 하면 된다.

    에이 어떻게 그래요? 응. 그냥 어떻게 그러면 된다.

    기자의 전화는 안 받으면 되고, 찾아온다는 시간이 되면 외근을 나가면 된다.

    그럼 막 기사를 써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걱정하지 마라. 기사는 그렇게 막 쓰는 것이 아니다. 설사 그냥 막 썼다고 하면 그럴 때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가면 된다. 이런 것은 여운규 선생님이 전문이니 그쪽에 상담하면 된다. 게다가 틀린 내용으로 기사가 나갔다면 두둑이 용돈도 챙길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기자들은 피하면 피할수록 더 집요하게 연락을 하고, 만남을 시도한다.

    그럼 피하고 피하다가 실수로 통화버튼을 누르거나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전화는 그냥 '연합뉴스 김진방입니다'하면, '달칵'하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또 길이나 자신의 사무공간에서 우연히 기자를 마주쳤다면 일단 시선을 기자 얼굴로 향하지 말고, 정면이나 사시로 눈을 뜨고 측면을 바라보고 입을 닫은 채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까지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면 된다.

    정말 이래도 되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다시 앞에서 말한 설명을 반복해주고 싶다. 언론은 사법기관이나 법 집행 행정기관이 아니다. 그냥 저렇게 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

    이런 식으로 무시 작전을 펼치면 기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 단계는 "자꾸 피하시면 저 그냥 일단 기사 쓰겠습니다" 이렇게 으름장을 놓는 경우다.

    이럴 경우 보통 쫄게 돼서 "뭐라고 쓰시려고요?"라고 묻게 돼 있다. 기자는 답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 '뭐라고 쓰시려고요?'를 듣기 위해 '일단 기사 쓰겠습니다'를 시전하는 거다. 반드시 기억해 두기 바란다.

    이렇게 한번 말을 섞으면 그 뒤는 일사천리가 된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런 식으로 된 거죠?', '아니 그게 아니고요' 라고 하면 게임 끝.

    이러면 5분 뒤에 자신의 멘트가 달린 기사를 만나 볼 수 있게 된다.

    기자들은 이런 식으로 애를 먹이는 취재원들을 상대할 때 일단 기사를 다 써 놓은 다음에 접선을 시도한다. 필요한 것은 내가 논란의 상대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 하나. 그래서 저 말을 들으면 이런 멘트로 기사를 마무리한다.

    'A씨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니까 어떻게서든 피하고, 만나더라도 꼭 말을 섞지 말아야 한다.

    자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 피하고, 피하고, 피하다가 결국 말을 섞고 말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면 된다. 

    '저 제 이름이나 혹은 익명이라도 멘트 나가면 언중위 가고, 민사 걸겠습니다' 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특별히 당신의 멘트가 필요하지 않다면 당신은 기사에 등장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꼭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반드시 변호사를 사서 언중위에 중재 신청을 하고, 민사를 진행하면 된다.

    보통 언중위 절차를 먼저 진행한 다음에 결과가 영~ 좋지 않으면 변호사를 찾아가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민사에서는 언중위 판결이 중요하고, 중재 단계에서 민사 배상까지 고려해 보상금을 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언중위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할 것을 권한다.

    또 기자를 상대할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맞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자신이 공무원, 정치인, 유명 사업가, 소매업을 주로 하는 사업자, 여론의 후폭풍이 현업에 타격을 주는 자영업자라면 소프트하게 가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일단 회피 기술을 최대한 정성껏 시전해야 한다. 그 뒤에 말을 섞어 버렸다면 민사네 언중위네를 언급하기보다는 자신의 조직의 뒤로 숨는 게 좋다.

    '기자님, 이게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기사가 나가게 되면 우리 법무팀에서 어쩔 수 없이 대응하게 돼 있어요. 통촉하여 주세요' 라고 하는 것이 좋다.

    그게 아니라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거칠 것이 없다. 그냥 세게 몰아치면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저 당신네 회사 수용자권익위, 담당 부장, 에디터, 언중위 다 찾아갈 거 에욧!' 이렇게 하면 된다.

    이제 기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좀 알겠는가?

    '아니. 이렇게 만천하에 이런 것을 공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그냥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해주는 말이다. 또 기자 같지 않은 기자들이 많은 것도 짜증이 좀 나서 해주는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이렇게 알려줘도 막상 기자를 만나면 머리가 백지로 변할 테니 조금이라도 참고하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오늘의 결론은 일단 기자는 피하고 보자다. 

#단상 #기자를피하는법 #기자를피하고싶어서~ #알려줘도잘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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