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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un 30. 2019

<남북미 판문점 회동 관전평> 오프 번개 했음 됐다

#남북미판문점회동

<남북미 판문점 회동 관전평> 오프 번개 했음 됐다


    평화로운 주말 당직 날 역사적인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벌어질 확률은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파편이 정수리에 꽂힐 확률만큼 낮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꼭두새벽부터 오늘 이벤트를 A부터 Z까지 자세히 들여다봤으니 정리도 할 겸 간단히 관전평을 적어본다.


    사실 이번 북미 정상의 만남에서 무언가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하노이 회담 이후 양측이 사실상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는데 뭐가 바로 나올 수가 있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분위기 환기가 필요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꽉 막힌 거 같은 북미 협상에 숨통을 좀 트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간 미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몰빵 해 왔음)

    두 정상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 이번 회동의 성공 요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트위터로 "어이~ 우리 한번 봅시다"라는 제안에 "ㅇㅋㄷㅋ"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번개 모임이 북미 정상 간 이뤄졌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게 그냥 트럼프 대통령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처럼 보여도 한반도 문제에서 특히 북미 접촉과 관련해 언제든 정상급 만남을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은 이후 이어질 양측 협상에 큰 도움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이 끝나고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북미가 북핵 협상을 위한 새로운 실무진을 꾸린다고 했는데 이제 다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은 하노이 회담 이후 막힌 북미 교류가 재개됐다는 의미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게 맞다.

    아쉽게도 숙청설이 나돌았던 김혁철 동무의 모습은 이번에 보이지 않았다. 대신 리용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라인이 전면에 나섰다.

    김영철, 리선권, 김혁철, 김성혜 같은 통일전선부 라인이 뒤로 빠진다는 것을 나는 긍정적으로 본다. 사실 북핵 협상의 진정한 실무진은 리용호, 최선희 라인이고, 전문성으로 봐도 이들이 훨씬 뛰어나다.

    이 말인즉슨 북한도 미국도 진지하게 북핵 협상을 해볼 의사가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보여줬다는 거다.

    외무성 라인이 전면에 들어서면서 이전처럼 회담장에서 고성이 오가고 상호 비방만 주고받는 힘 빼기식 협상이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협상 팀의 리더로 그대로 유지될 것 같고, 비건 대북특별대표도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조금 걸리긴 하는데 국무장관 없이 북미 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당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가 모두 잊고 있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지못미 아베) 순방에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 북미 북핵 협상 재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성과에 큰 역할을 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경색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사람이라면 이번 회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부각하고 싶었을 텐데 대의를 위해 잘 참은 느낌이다.

    사실 한반도 문제의 주체는 안타깝게도 북미지 남북이 아니다.(정말 씁쓸한데 사실이 그렇다)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은 이를 아주 잘 말해준다. 북한 입장도 이해가 가는 것이 아무리 남한과 잘 논의해봐야 미국이 'No'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떨어진 대통령이 이런 좋은 기회에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은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북미 정상은 이번 회동에서 역대 가장 긴 53분간 회담을 했다. 다만 실무 협상이 선행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그리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간이다.

    순차 통역과 기본적인 안부 인사 등을 빼면 뭔가 획기적인 계기가 될만한 논의가 있었다고는 보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북미 협상 재개라는 성과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속도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첫 번개를 한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런 번개 모임이 자주 있기를 희망한다.

#남북미정상판문점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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