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세계의 음료들-오리지널과 그 변주>
++책 소개하려고 쓰다 보니 잡글이 됐습니다. 새책 읽기 전에 브레인스토밍을 혼자 하다가 아메리카노의 기원에 대해 멋대로 쓴 글이니 차나 커피 좋아하시면 읽어 보세요.
+++참고로 다른 음료를 비하하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 저는 차 맹신론자가 아님을 밝혀 둡니다.
차는 어디서 왔나.
차를 마시면서 끊임없이 탐구해 왔던 주제다.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찻집을 찾다가 우연히 들른 지유명차 혁신점에서 이우정 샘과 만났다.
그렇게 김태호 교수님을 알게 되고, 군산대 최연성, 이화숙 교수님과 다섯이 차 스터디를 꾸렸다.
스터디의 기본 틀은 지유명차 커리큘럼 중 입문과 중급자 과정으로 삼았다.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스터디를 하면서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탐구하고, 같이 마셔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척교회에 다니다가 서울 대형 교회에 와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것처럼 중국에서 들어와 우리말, 우리글로 배우는 차에 대한 지식과 지유명차의 차에 대한 관점은 흥미로웠다.
특히 마지막으로 서해진 대표님이 오셔서 진행한 특강은 그간 스터디를 하며 해결되지 못했던 궁금증과 가려운 곳을 벅벅 긁어주는 좋은 기회였다.
나는 그중 차와 요즘 음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먼저 차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중국 고대 풀덕후이자 의술의 창시자인 신농씨 기원설이다.
또 중국 남부 윈난 지역에서 발원했다는 이야기부터, 인도 동북부 원주민 기원설, 인도 아삼, 라오스 북부, 미얀마, 타이 등 동남아시아 기원설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원설이 있다.
일단 뭐가 기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윈난과 쓰촨 지역에서 차를 마시는 행위가 고착화됐고, 당시 해당 지역이 대리국이었든 어쨌든 현재 중국 영토 내에 있는 윈난 지역에서 처음으로 차나무가 재배된 것은 맞다.
논란이 많은 이야기는 뒤로하고, 차에 집중해 보도록 하자.
차의 오리지널리티는 윈난 지역의 대엽 교목종일 가능성이 크다.
이 윈난 대엽종 차나무는 현재 우리가 보이차라고 부르는 차의 찻잎이 나는 나무다.
'보이'. 중국어로 '푸얼'(普洱)은 떡차라는 뜻의 윈난 지역 소수민족의 언어에서 따왔다.
언어적 기원으로 보면 윈난 지역의 산(山) 사람들이 섭취하던 약처럼 마시던 음료를 차라고 한다.
이 오리지널 차나무는 중국 동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변이를 일으키며 번식했고, 푸젠성 우이산 인근까지 쭉 띠를 이루며 나아간다.
차는 사실 약(藥)과 식(食)의 중간적 존재로 규정할 수 있다. 실제로 차는 치료제로 더 먼저 쓰였고, 나중에서야 기호 식품이 됐다.
잠시 지유명차의 관점을 빌려와 보자.
이 약과 식의 중간에 있는 차는 매우 예민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몸에 해가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농경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은 이 예민한 식물이 몸을 해치지 않게 잘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산사람들(윈난 지역 소수민족)의 손을 빌려 차를 섭취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과정을 거친 차는 몸에 크게 해롭지 않았다. 물론 무식하게 많이 마신다면 당연히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리지널 차는 변이를 거치면 중국 대륙 동남쪽으로 이동한다.
문제는 오리지널 차와 달리 변이가 된 차들은 몸에 해로운 정도가 좀 더 심해졌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을 수도 있는데 일단 내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썰을 풀어보고 싶다.
먼저 차를 마셔보면 몸에 가장 무리가 덜 가는, 한마디로 늘 마실 수 있고, 가장 많이 마실 수 있는 차는 단연코 보이차다.
앞서 말한 오리지널 차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차가 바로 보이차다.
그다음은 홍차가 그렇다. 그리고 우롱차, 백차, 녹차 순이다.
공교롭게도 발효도가 높은 차가 몸에 무리가 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위의 순서는 일반론적인 것이고,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보이차-우롱차-백차-홍차-녹차 순이다.
다시 오리지널 차와 세계의 음료들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서양인들은 중국 푸젠과 광둥 지역에서 차 맛을 보고 나서는 그 맛과 효과에 매우 놀란다.
오리지널 차를 마셨는지 그들이 좋아하는 홍차와 우롱차를 마셨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중에는 홍차와 우롱차를 무지 좋아하게 됐다.
음료에 계급을 나누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일단 오리지널 차를 1st 티어에 두고 차례로 등급을 나눠보자면 아래와 같다.
1st 티어 - 윈난 지역 보이차
2nd 티어 - 녹차, 백차, 우롱차, 홍차
3rd 티어 - 인도와 동남아 지역의 차
4th 티어 - 차에 첨가제를 넣은 음료들(밀크티, 짜이, 얼그레이 등등)과 오리지널 커피, 꽃차, 감잎차
등급이 낮아질수록 오리지널 차의 맛에서 멀어지며, 값도 싸진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현재 전 지구를 정복한 아메리카노다.
아메리카노 이야기를 하려면 차의 기능성과 서구의 아시아 침탈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가 횡횡하던 시절 서구에서는 도시 노동자들의 골수를 바닥까지 뽑기 위해 각성제 역할을 하는 차가 필요했다.
아마도 카페인이 필요했던 것 같다. 미성년자들까지 하루 15시간 이상 중노동을 했다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귀족들의 차에 대한 미친듯한 선호와 전 사회적 필요로 찻값은 폭등하고, 결국은 무역수지를 맞추기 위해 중국에 아편을 건네는 지경까지 이른다. 아편전쟁은 아직도 서구의 흑역사로 남았고, 중국의 트라우마로 남겨져 있다.
이 유명한 아편전쟁이 차로 인해 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차는 서구 열강에게 매우 중요한 기호식품이자 필수품이었다.
일부 서구 자본가들은 점점 열악해지는 비즈니스 환경을 뒤로하고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빤스런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당시 패권국가인 영국이 이런 빤스런 자본가들을 가만 놔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요 무역 상품인 차 무역에서 신세계 자본가들을 배제했고, 이에 대한 불만으로 세계사 시간에 보스턴 레드삭스를 떠올리며 달달 외웠던 '보스턴 차 사건'이 발생한다.
보스턴 차 사건은 신세계 자본가들이 영국 정부로부터 차 무역 독점 승인을 받은 동인도회사의 차를 불태운 사건이다. 본질적으로는 아편전쟁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무역수지를 맞추기 위한 과도한 세금이 이 사건의 원흉이다.
아무튼 이들은 영국 정부의 과도한 세금에 반기를 들었지만, 영국은 이를 야만적인 행위라며 비판했고, 신대륙의 차 가격은 더 폭등한다.
이런 배경이 바로 아메리카노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미친 듯이 비싼 찻값이 감당이 되지 않자 신대륙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커피에 물을 타 홍차와 비슷한 맛을 내는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보급한다.
아메리카노 역시 오리지널 차의 변주인 홍차를 또 변주한 음료인 것이다.
고된 노역에 지친 노동자들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버텼고, 최강국 미국을 건설해 낸다.
굳이 아메리카노를 음료 등급에 넣는다면 5th 티어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각성 효과도 뛰어나고 의외로 맛도 좋은 아메리카노는 스벅 열풍을 타고 현대 사회에서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아메리카노의 증증증증조모 쯤 되는 오리지널 차는 존재조차 잊혀 가고 있다.
엄청나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는 아메리카노에 그치지 않고, 바카스, 레드불, 핫식스까지 카페인이 강화한 에너지 드링크를 필요로 하게 됐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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