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그리듯 살고 싶다

by 여행하는 그리니

6시 15분 기상.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약 1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다.


오늘도 음악을 듣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음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색깔이 있다. 그날 들은 음악이 나와 감응해서 나도 모르게 이끌리는 색이다. 하얀 도화지 위에 색이 얹어지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느껴진다. 특정한 색은 사람에게 어떤 기분과 에너지를 전달해준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았다. 항상 무언가 형상이 있는 것(사람이나 꽃)을 그렸는데, 오늘은 뒷장으로 넘겨 형상 없이 색의 에너지에 집중해서 그냥 손이 놀게 내버려 두었다. 중간에 나도 모르게 어떤 형상을 그리려고 하는 습관이 나왔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그냥 색의 에너지에 집중했다. 망친다는 생각으로, 실수를 열렬히 환영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낙서한다는 생각으로 모닝 페이퍼를 쓰듯 손이 알아서 움직이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생긴 형상 없는 색깔들의 자국이 어지럽게 어울려 있는 종이 위에 내일은 약간의 의도, 어떤 형상을 입혀 보려고 한다. 비의도적인 우연과 무계획의 결과물에 어떤 의도와 계획을 약간 가미해보면 또 어떤 재밌는 것, 이상한 것이 나올까 궁금하다.


나는 그림 그리듯 삶을 살고 싶다. '그냥' 그림을 그리듯 '그냥' 삶을 살고 싶다. 의도와 목적, 애씀, 노력,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가볍게 논다는 마음으로 '그냥' 자유롭게 삶을 살고 싶다.


고요한 순간을 주시할 때 ‘무언가’를 인식하던 마음은 그저 텅 빈 맑은 마음이 되어 내면에 형상을 초월한 순수의식의 차원을 깨운다. 형상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던 과거의 당신은 이제 없다. 진정한 지혜는 고요함 속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창의력을 개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라. 당신이 모든 것을 멈추고 고요해질 때 지혜가 바로 거기 있다. 그저 보고 그저 들어라. 그 이상은 필요 없다. 당신이 고요해지고, 그저 보고 그저 들을 때 생각을 여읜 지혜가 내면에서 깨어난다.
삶의 달인은 지배하지 않는다. 그저 광대한 순수의식에 삶의 중심을 맞춰두고 그것이 말하고 행동하고 일하도록 맡길 뿐이다.

- <고요함의 지혜>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다시 즐거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삶을 사는 것도 그림 그리는 것과 같아지기를. 어깨에 들어간 힘과 욕심, 모든 바람, 망상, 집착들을 내려놓고 텅 빈 마음, 투명하고 맑은 정신으로 지금 이 순간 움직이는 붓과 자국들의 현재에 깨어 있기를.





keyword
이전 08화춤을 추듯 음악이 흐르듯 그렇게 손이 호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