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듯 음악이 흐르듯 그렇게 손이 호흡한다

음악을 듣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by 여행하는 그리니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 음악을 듣다 보면 이성과 논리를 내려놓게 된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음악을 느끼게 된다. 어떤 음악은 매우 이미지적이라 장면이나 그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모닝 드로잉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매일 아침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습관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음악에 있었다. 그날 아침 내 마음이 끌리는 음악, 영혼이 듣고 싶은 음악, 오늘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음악을 고르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그 행위가 나에게는 그림을 시작하는 방아쇠가 되어 매일 아침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처음 모닝 드로잉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새하얀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20분 넘게 음악을 틀고, 하얀 도화지 앞에 앉아 있었지만 무엇을 그려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내 머리는 논리와 이성이 지배하고 있어서, 정답이 없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는 흰도화지만 보면 이것저것 말도 안되는 것들을 자유롭게 그렸건만, 지금의 나는 흰 도화지 앞에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리는 겁많은 어른일 뿐이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음악을 느끼며 붓에 물감을 찍고 첫획을 그었다. 그리고 손이 음악을 따라 흘러가도록 내맡겼다. 숨쉬고, 심장이 뛰며, 음악에 맞추어 몸을 들썩거리는 것처럼 그리는 행위를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행위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라기보다는 숨을 쉬는 것, 심장이 뛰는 것, 발이나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는 행위라고 생각하자.'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거나 대단한 작품을 만들거나 실용적인 것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냥 노는 것이다. 손이 무의식에 흐름에 따라 호흡하도록 내맡기자.'


그렇게 여겼더니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 손을 호흡시키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자연스러워졌다. 그전에 내가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이유, 그림을 즐기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림 그리는 것을 멋지고 대단한 것,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대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던 거다. 내 무의식이 거부감을 느낀 것이다. 해치워야 할 숙제처럼 느껴지는 그림 그리기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노력하고 성취해서 잘 그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욕심이 손이 자유롭게 호흡하는 것을 방해했던 것이다. 몸과 무의식은 정직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된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어릴적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는 것은 그런 모든 노력, 의도, 힘, 욕심을 다 버려버리는 것이다. 완전히 텅빈 마음이 되어 그저 손이 움직이게 호흡하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럼 손이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음악의 흐름에 따라 호흡하듯 저절로 알아서 흐른다. 춤을 추듯 음악이 흐르듯 그렇게 손이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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