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드로잉 프로젝트 - 그림그리기와 글쓰기의 공통점

아침 루틴이 그림으로 바뀌면서 무언가에 몰입하고 창조하는 기쁨을 누리다

by 여행하는 그리니

아침 루틴이 바뀌었다. 모닝 드로잉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물을 한잔 마시고, 필사노트를 읽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었다. 이제는 오디오에 음악을 틀고, 드로잉 북과 펜을 꺼내고, 카메라를 삼각대에 끼운다. 그리고 1시간 동안 손이 가는대로 그림을 그린다. 모닝 드로잉 첫날 그렸던 그림은 꽃을 덮고 누워 잠에 든 여자의 옆 모습이었다. 꿈을 꾸듯 웃고 있는 여자의 옆 얼굴.


아침 루틴이 그림으로 바뀌면서 무언가에 몰입하고 창조하는 기쁨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가 만든 창작물을 소비하는 대신 나만의 무언가를 창조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잘 못 그려도 서툴러도 내 안의 무언가를 눈에 보이는 그림으로 창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몰입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구경하고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고 생산하는 사람으로 거듭난 기분이었다.


그림 그리기가 재밌어졌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림 그리기가 재미있다. 내맡기기, 내 안의 것을 쏟아내기, 흘러가는 대로 손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는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그림 그리기가 재밌는 이유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무엇이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상하거나 상상할 수가 없다. 나에게 그림은 그 순간 손이 가는 대로 무의식이 흐르는 대로 우연과 비의도가 만들어내는 자국들의 집합이다. 무엇을 그려야지 하고 미리 계획하고 어떤 계획하에 형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손이 저절로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허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 무념무상이 된다.


그냥 몸이 그림을 그린다. '내'가 그리는 것이 아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손이 움직이는대로 몸이 움직이는대로 따라갈 뿐이다. 따라가고 지켜볼 뿐이다. '내'가 무엇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모닝 페이퍼처럼 무의식이 흐르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내면의 목소리가 지껄이는 대로 받아 적는 것처럼 몸이 움직이는대로 따갈 뿐이다.


글 쓰는 것도 나에게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흥미로운 것이다. 이런 주제로 이런 내용을 이렇게 저렇게 써야지 하고 미리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떠오르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인 글의 모양이 어떻게 나올지 나도 모른다. 써보기 전까지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나에게 배출행위이다. 내 안에 쌓인 것, 녹아있는 것, 들어있는 것들을 모두 쏟아내는 것이다. 쏟아내는 순간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텅 비어지는 그 과정이 좋다. 안에 있는 것들을 배출하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 지켜봄이 나에게는 그림 그리는 것이고 글 쓰는 것이다. 지켜보기, 배출하기, 따라가기, 내버려 두기, 내맡기기. 모든 것을 내맡기는 행위가 나에게는 그림과 글을 내보내는 행위이다.


내맡기면 자유롭다. 얽매이지 않는다. 한없이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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