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다
아이패드를 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10일이 되었다. 아이패드를 사기 전까지는 종이에 펜을 이용해 그리고, 수채화물감이나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서 채색을 했다. 재료가 한정적고, 그림의 대상이 비슷하다보니 그림 스타일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아이패드를 사고 그림을 그리면서는 그림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다양한 브러쉬가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다양한 그림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 아이패드 드로잉의 큰 재미이다. 아이패드를 살까 말까 고민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요즘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것에 푹 빠져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있는 그림에 몰입할 뿐. 이런저런 잡생각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 과거에 대한 곱씹는 것들이 전혀 없고, 그저 눈앞에 그림 그리는 행위에만 몰두한다. 머리가 텅 비워지면서 그림은 조금씩 선과 색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이 너무 좋다. 머릿속을 텅 비운 채 그림 그리는 행위에만 몰입하는 시간. 그 시간에는 나도 없고, 세상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냥 그림 그리는 행위만 있을 뿐이다.
나에게 그림은 하나의 명상이다. 명상이 머릿속 생각을 비우거나 또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라면 나에게 그림은 명상과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고 있다보면 머릿속 생각이 비워진다. 그저 하얀 종이위에 선과 면과 색들이 머릿속 떠오르는 생각들처럼 떠올랐다 사라졌다 다시 떠오른다. 그래서 요즘 나에게 명상은 아이패드에 아이펜슬을 들고 선을 긋는 것이다.
언젠가는 정말 명상하듯이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어떤 사진이나 대상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순수의식, 내면, 영혼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움직여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오직 선으로만 이루어진 명상의 흔적이 담긴 그림.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명상이 되는 그런 그림 말이다. 매일매일 그림 그리는 것은 나에게 명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