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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시옹 Mar 01. 2020

몇 년이 지나야 다시 볼 수 있을까

코로나가 바꾼 다시 보지 못할 풍경을 기억하며

근래에

이리 우울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20년은 2010년대에 쌓아온 모든 문화적 역량이 총집합되어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맞아 공격적으로 솟구칠 아니 그래야 했던 2020년입니다.


온갖 메가톤급 전시들과 콘서트

영화부터 시작한 모든 예술 분야의 부흥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종합 예술 능력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동북아시아 그중에서도 일본과 한국의 문화 역량을 자랑할 기회


이 모든 것들이 날아갔습니다. 그냥 구름을 잡는 것만도 못하게 날아가 버렸습니다. 우리가 바이러스 이전의 2019년 이전의 역량을 회복하고 다시 만들어 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문화는 한번 사라지면 다시 나타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런 '사람이 모여야 이뤄질 수 있는 활동' 이 전면 취소되고 거기에 바이러스의 치료에 진전이 없어 더더욱 절망적이기만 합니다. 당분간은 그동안 만들어놓은 콘텐츠로 어떻게 버틸 수 있겠지만, 그것들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그제야 우리는 진짜 코로나가 문화 예술을 어떻게 붕괴시켰는가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누리는 것들이 사실 최정점에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울하게 만듭니다.


모든 국경이 닫히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이동해야 문화가 예술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데, 전 세계의 국경이 닫히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뿐이지만, 조만간 나라들이 서로 국경을 닫지 못해 안달 난 풍경을 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원래 다른 나라들에 향하는 제대로 된 문화 여행을 기획하고 세부계획까지 짜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도 제작하려고 했는데, 그 계획이 다 어그러졌습니다.


국내도 이제 어렵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국내 기행으로 기획하려 해도 어려움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애초에 사람이 없는데 무엇이 나올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돌아다니지만 조만간 국제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길거리에도 사람들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진 가게가 열려 있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 많은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중심지가 되어 주었던 가게들이 얼마나 버틸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합정. 상수. 홍대에 클럽이나 뮤직 라운지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열지는 모릅니다. 아마 이 모습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클럽이나 라운지들은 국내에 해당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뮤지션이나 그런 걸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관련 종사자들이 모이는 야밤의 살롱 혹은 카페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곳들이 하나식 닫고 있습니다. 장사가 이리 안 돼버리면 아마 재오픈을 장담하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곳들이 닫는 것은 국내에 문화의 맥을 지켜준 우물 혹은 샘물 같은 곳이 막히는 것과 같습니다. 제적인 유행에 그 문화를 가져와 한국에 클럽이나 라운지로 이식하고 해당 종사자들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곳, 이 곳은 국내에서 이런 일을 할 역량이 있는 소위 '선구자들'이 일구어 놓은 곳입니다. 이제 이곳이 닫아 버리면 우리는 언제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선구자를 기다리며 기나긴 문화적 단절 속에 살아야 합니다. 




우울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애통하고 비통한 심정입니다




언제 이 모든 것들을 '온전한 모습 그대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그때가 오기는 할까요. 이게 마지막인 것 아닐까요. 아니 그 사람들 내가 알던 그 사람들과 선구자들을 다시 볼 수나 있을까요?...


지금은 잘 모릅니다. 아직까진 이전에 해 놓은 결과물로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근데 이 결과물이 떨어지는 시점에 우리는 진짜 코로나가 우리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 모습을 콘텐츠로 접할 것입니다.



점점 닫아져 버리고 폐쇄된 전 세계의 국경, 해외 유학과 여행이 말라버린 폐쇄된 사회, 나와 무언가 다르면 감염자라고 격리하고 멀리하고 서로 씩씩거리며 싸우는 풍경, 떨어져 가는 마스크와 같은 생필품, 서로가 서로에게 사상 검증을 하며 경계하는 모습, 정부가 합법적으로 개인에게 통제를 마구 가할 수 있게 된 사회 등

너무나 다른 풍경들이 우리를 압박하고 조여올 것입니다.




이제는

"얼룩말 같은 횡단보도"를 건너며 거기에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대중 사이에서 우울함 혹은 우수를 느끼는 일이 사치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제 앞으로 사람들의 온전한 얼굴을 보는 것이 더 드물어진 "마스크와 마스크가 마주 보는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길거리를 가다 카페에 들르는 것도 사치가 되었습니다. 바이러스가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데 확실하지 않은 곳에 가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으니까요.




요즘 인스타 스토리에는 이런 앱들을 올리는 일이 부쩍 많아지고 늘었습니다.

점점 사람을 만날 창구가 없어집니다. 이전에는 자의로 그랬다면 이제는 타의에 의해 만나지 못합니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만나지 못하니 속에 삭힌 것들을 만났으면 하지 못할 말들로 욕하고 서로 '말의 칼날'로 찔러댈 것을 생각하니 더더욱 우울해집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이 풍경이

아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오더라도 꽤 시간이 지나야 지금과 비슷해질 것이고, 그때 되면 우리가 바뀌어 있기에 지금 우리가 '현재의 풍경'을 보며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똑같이 느끼지는 못할 것입니다. 래서 더 우울합니다. 마치 헤어짐을 알지만 이번 만남이 마지막일 것을 알기에 서로 손 잡고 마주 보며 헤어지기 싫어하는 연인 같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꿈과 희망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조만간 사람이 없어 텅텅 비어 버리고 사람의 온기가 없어져 차가워진 버려진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폐허가 될 이 도시를 풍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남기며 기억하고 아카이빙 하기 어려울 정도로 슬퍼집니다. 뭘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온라인, 온라인 하지만 조만간 생필품도 그리 녹녹지 않는 상황이 되면 온라인으로 한들 유지가 될까 싶습니다. 문화예술 음악을 주로 다루는 제 블로그도 코로나 사태 이후 조회수가 70프로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간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오만 가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우울하고 싶습니다. 그냥 우울한 체로 좀 있고 싶습니다.




무언가 나아지는 것이 있기를 바랍니다. 희망은 가지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은 희망이 들어서기에는 아직 절망의 정점에 이르지도 못했기에 희망이 들어갈 차례는 아닌 듯합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서로 생각하고 가장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 존재 자체로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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