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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엔 Aug 01. 2023

육아, 기적의 백일

초보 아빠의 100일 육아기


예비 아빠들이 가장 궁금한 초보 아빠의 100일 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나 또한 그랬던 것처럼 많은 초보 아빠들이 아기가 태어나기 전 가장 궁금할 수 있는 100일간의 육아 기록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무엇을 해야 하고, 아기와 함께하는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나의 경험을 담았다.





"3시간마다 수유해야 되면 괜찮은 거 아니야?"


응 아니야..



아기가 태어나기 전 친한 친구가 3시간마다 수유를 해야 한다 했다. 나는 "3시간이면 괜찮은 거 아니야? 밤에도 3시간 자고 일어나서 또 수유하고 3시간 자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의미심장하게 웃는 친구의 속뜻을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깨달았다. 별거 아닌 게 아닌 것을.. 아기는 3시간마다 모유나 분유를 먹지만, 엄마와 아빠는 수유하는데 30분, 트림 시키는데 30분, 또 재우는데 30분이 걸렸다. 정말 길어야 1시간도 제대로 못 쉬었다. 왜 수유 지옥이라고 하는지 경험해 보니 알게 되었다.


또 우리는 조리원 모자동실을 신청해서 24시간 아기를 데리고 있었기에 힘듬에 강도가 더 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미리 경험을 했기에 집에 돌아와서도 익숙했다는 거? 그렇지만 무려 100일이 가까워 오기 전까지 수유 지옥은 계속되었다. 그나마 밤에는 와이프가 수유를 해줘서 나는 괜찮았지만, 와이프의 다크서클이 눈 밑까지 내려오는 걸 볼 수 있었다.



모유도 먹고, 분유도 먹고, 유축수유도 먹고?


분유통에 자세히 보면 조그맣게 적혀 있는 글이 있다. '모유가 아기에게는 가장 좋습니다.' 모유를 먹든 분유를 먹든 요즘 아이들을 보면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분유통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모유만큼 아기에게 좋은 게 또 있을까?


하지만 초기 우리 와이프의 모유는 내 아침우유 한모금정도 밖에 안 나왔다. 모유를 먹이고 싶은데, 먹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조리원 원장님도 과거 자기 또한 모유가 안 나와 분유를 먹였다고 했다. 모유가 잘 늘지 않을 거라고.. 그럼에도 와이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모유량을 늘려보겠다며 유축을 한 타임도 거르지 않고 매일 꼬박했다.


모유만 먹였으면, 아마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혼합수유를 하게 되어 단계가 많아졌다. 먼저 모유를 먹고, 다시 젖병에 유축수유를 담아 먹였다. 유축수유를 먹이고 나면 양이 부족해 다시 분유를 먹이고, 와이프는 유축을 하여 모유저장팩에 담았다. 이걸 3시간에 한 번씩 무한 반복했다. 수유를 하는 동안 나는 젖병을 세척하고 소독을 하고 트림 시키고 기저귀를 갈았다. 하지만 돌아서면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고, 정리하고 나면 아기가 또 배고프다고 우는 것이 100일까지 계속되었다.


물론 우리는 혼합수유여서 더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아기가 힘들게 모유를 먹기 위해 힘을 짜내면서 두뇌 발달에도 좋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면역력이 강해져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조리원 원장님의 말과는 다르게 포기하지 않고, 유축을 매일 꼬박한 와이프덕에 분유 없이도 모유로만 먹이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우리 아기 똥은 향긋해.


그래 향긋하다고 나 자신을 가스라이팅 하자..



나와 와이프를 닮은 우리 아기라서 그런 걸까? 아기 똥냄새조차 향긋하게 느껴졌다. 모유와 분유만 먹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리원에서 하루가 넘게 똥을 싸지 않아서 걱정했던 적이 있다. 그 후로는 아기가 매일 똥 싸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건강히 잘 자란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육아 선배들이 들려주길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 똥냄새도 지독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향긋하게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 건가?



을마? 음마?? 엄마!


우리 아기는 백일이 다가오기 전부터 눈을 맞추면서 조금씩 웃기 시작하더니, 옹알이를 시작했다. 와이프랑 내가 아기 앞에서 '아이고', '어이구' 이런 소리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이고'를 제일 먼저 했다. 그리곤 점차 '을마? 음마? 엄마'라고 하며 소리를 냈다. 와이프한테 왜 아빠 먼저 안 찾고 엄마를 먼저 찾는지 아빠도 빨리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엄마라는 단어는 발음이 다 비슷한데, 와이프는 아기가 처음 말하는 단어가 엄마라는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영어로는 맘(mom), 중국어로는 마마(妈妈)라고 하는 거 보니까 모든 아기들이 가장 처음 발음하는 단어인가 보다.


  

드디어 기적의 백일!


와이프랑 만삭일 때 촬영했던 스튜디오가 있었다. 백일도 거기서 촬영할까 생각하다 가족들도 다 같이 이동해야 되고, 일도 많아질 것 같아서 셀프 백일 파티를 했다. 온라인에서 셀프 백일상을 찾아 주문했는데 설치하고 나니까 너무 이뻤다. 백일이라 와이프 주위 지인분들께 떡을 돌렸는데, 그냥 받기 미안하시다고 선물이나 상품권을 챙겨주셨다. 기쁜 마음에 드시라고 나눠드린 건데 무언가 돌려받아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노란 한복이 잘 어울리는 우리 기적의 백일 주인공


백일쯤 되니 왜 모두 백일의 기적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기가 처음으로 통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많이 잘 때는 6시간도 내리 잤다. 이것이 바로 백일의 기적일까? 어머니가 옛날에는 백일 되기 전 아기들이 병에 많이 걸려 하늘나라로 떠나기도 했기 때문에 백일 동안 건강히 크는 게 기적이라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의미가 통잠자는 걸로 변한 것 같지만! 무튼 아기가 행복하기 위해서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로 행복해하니 백일의 기적은 기적이다!





아기를 낳고 나서 보이는 문제들은 요즘 미디어에서 금쪽이 같은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의도치 않게 부정적으로 '아기를 낳으면 이렇게 힘든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경험해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 미리 겁먹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론 몸과 마음이 힘든 일도 있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온다. 그럼에도 남들의 이야기로 예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직접 경험해 보고, 그 안에서 세상을 다 가진 행복도 느끼며, 진짜 평생 내 편이 되어줄 가족과 함께 인생 2회 차를 맞이하는 건 어떨까? 다가올 미래에 대해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생의 여정이 끝나는 날, 해보지 못한 것에 후회하는 마지막이 된다면 너무 슬플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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