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
지금 보이는 바닷가가 현실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나는 지금 아프리카, 잔지바르 바닷가에 있다. 파란 파도와 하늘과 모래가 한 폭의 그림같이 몽환적이다. 내가 지금 그 그림 속의 한 장면에 쏙 하고 들어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진다.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아프리카 잔지바르다.
사실 아프리카의 야생적 매력에 빠져서 엄마와의 여행을 계획하고 진행했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는 곳은 아프리카의 잔지바르 바닷가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가 되어서 북적이는 곳이 되어 버렸지만 내가 갔을 때만 해도 잔지바르라는 곳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곳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찾는 휴양지 정도랄까? 그런 잔지바르는 내가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기 전부터 꼭 가고 싶은 인생 여행지였다. 지금 나는 잔지바르 그곳에 와있고, 잠비아니 비치를 통으로 빌린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루를 바삐 보내도 하루가 길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다. 그만큼 지친 마음으로 보내는 날들도 많은데 하루 종일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보내는 것은 아주 길고 지루할 것 같지만 사실은 앉아있노라면 그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이 너무 흥미롭고 아름답다는 사실에 하루가 금방 가버린다.
한국에서 엄마랑 나는 둘 다 바쁨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이런 한가로움이 적응되지 않아서 여행 스케줄이 없으면 하루 종일 뭐하냐? 며 핀잔을 하신 엄마도 그저 바다에서 앉아서 하늘의 변화와 파도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시간이 너무 잘 가는 것에 놀라셨다. 사실 잔지바르는 그리 큰 곳이 아니라 딱히 뭐 스케줄을 짜고 말 것도 없다. 그저 자연을 즐기고 느끼고 걷고 그 현장을 느끼는 것 그것이 잔지바르의 대부분의 일정이다.
지금은 시간의 왜곡으로 혹은 그 당시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잔지바르의 한컷은 세잔의 명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새벽에 파도소리에 놀랬다. 바람소리와 함께 파도가 섞인 소리는 좀 더 강한 울림과 파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거친 파도소리를 들을 때면 파도가 집 앞까지 들이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살포시 커튼을 치고 바깥을 바라보면 생각보다 잠잠한 파도에 해변으로 홀린 듯 걸어 나간다.
오늘은 기대했던 선라이즈는 아니었지만 그 구름의 모습이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더구나 구름 속에 감춰진 선라이즈는 연보라도 아닌 연분홍도 아닌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마쉬멜로우처럼 폭삭 히 씹힐 듯한 구름모양이다. 산책을 하다 보니 바닷가에서 솟아오른 것 같은 구름이 펼쳐지기도 했다. 인어공주 모양의 구름도 만났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돌아와 풍성한 과일과 짜파티로 아침식사를 했다. 어느새 게스트하우스 코앞까지 물이 차니 엄마랑 나는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영을 하러 들어갔다. 이 넓고 맑고 청량한 바다엔 오직 우리 둘 뿐이었다.
수영한 지 오래되어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엄마는 자유형, 배형, 그리고 평형까지도 우아한 모습으로 바다를 즐겼다. 나 역시도 배형을 하려고 누었다.
하늘을 보는 순간 구름 위에 내가 떠있는 것 같은 상상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평안하고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천국이라면 이곳이 천국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햇빛이 뜨거워 썬 베드로 몸을 옮겼다.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내 삶을 채우는 많은 사람들이 감사했다. 바쁜 여행 일정 중에는 쓰지 못했던 편지를 썼다. 지인과 친구들에게 대화하듯 그렇게 편지를 썼다.
삶의 쉼표를 가진다는 것.
이 행복감을 모른 채 살았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싶다.
오늘 나는 바다와 독대하며 내가 바다인 듯 하늘인 듯 구름인 듯
그렇게 자연에 동요되기를 기다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자연과 동요된 나를 느끼는 것,
이 자체가 잔지바르를 온전히 만끽하는 방법이다.
지금, 그저 자연과 동요된 나를 느끼고 싶다면 당신은 아프리카로 떠날 준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