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피싱사기 같은 코로나
지옥 같은 하루다.
뉴스에서는 하루 종일 코로나 확진 이야기를 한다. 이제는 코로나가 일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식상한 아이템이라 생각할 정도로 코로나 언급은 잦았고,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파고들어 있었다.
한발 떨어져 있었을 때는 코로나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위드 코로나라는 타이틀처럼 정말 이제는 감기처럼 느껴야 하나?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말 위드 코로나가 가능할까 싶은 하루다.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어떤 동선에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것이 코로나이긴 하지만 막상 이 코로나의 동선상에 올려지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마음이 초연해지지 않았다.
암이나 개인적인 병과는 완전히 달랐다. 개인적인 병은 나의 잘못은 없지만 나에게만 일어나서 억울하다면, 코로나는 나의 잘못도 없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아픈 자신을 달래거나 어르고 보살필 시간 없이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가슴을 아프게 한다.
꼭 코로나라는 병이 SNS 피싱사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SNS 피싱사기의 경험까지는 마다하고 싶지만 경험 부자인 나에게는 SNS 피싱사기 경험도 있다.) SNS 피싱사기가 참 힘든 게, 자신을 믿어주는 지인이나 친구 중심으로 사기를 친다는 것이다. 상대는 SNS상의 나를 믿고 돈을 보내줬는데 SNS에서의 나는 내가 아니기에 전혀 모른 채 사기를 당한 사람은 나에게 상처 입고 원망을 하고, 서로 간의 관계가 털린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으면 트라우마처럼 사람을 믿기 어렵고, 늘 경계하는 상태가 된다. 내 잘못도 아니고 나는 알지도 못한 사이에 겪는 사기 사건이기에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나를 믿어준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코로나에 걸리고, 내 아픈 건 둘째치고 남들에게 피해가 갔을까 두렵고, 남들 역시도 그 사람의 의지나 의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겪게 된 것이지만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고 따지고 서로를 비난 아닌 비난의 시선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우울감이 곰팡이처럼 번져나가는 기분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우울감과 상실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코로나를 전염성 있는 바이러스로 인식하고 충분히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는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당장의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 아이를 케어할 수 없는 상황, 오롯이 병 탓만 하기에는 그 울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기에 더 미치겠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를 향해서 그런 시선을 보내는 어른들이 있지는 않겠지만(있기도 하더라만...), 감정적으로 예민한 청소년기나 사춘기 아이들의 경우는 일상이 가로막히거나 누군가에 의해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면, 개인정보가 오픈되었을 때 감정적인 비난이 난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날 오후에 같이 있었던 지인에게 다음 날 연락이 왔다. 같은 반 아이가 확진자라는 소식이었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머리가 뱅글뱅글 돌았다. 아이나 나의 건강 걱정보다는 그 전날 우리 경로상의 모든 사람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것 같았다. 사업장을 하는 친구들, 방학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 이 지역 아이들이 모두 타고 다니는 스쿨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상황, 학교에 출근하는 선생님들과 그 자녀들에 학교까지... 얽히고설키는 기분이었다.
새벽부터 코로나 선별 소로 향했다. 왕복 세 시간 거리의 진료소로 아이들을 태우고 출발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경우는 당일날 저녁에 결과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다음날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1분 1초가 왜 이리 긴지 모르겠다. 하루가 이렇게 길었나 싶다.
코로나가 처음이기에 이런 상황들에 대한 판단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고, 어디까지가 밀접 접촉자인지 어떤 기준으로 움직여야 할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두통으로 혼미해졌다. 온종일 머리채를 잡혀서 끌려다닌 기분이다.
주문처럼 기도를 되뇌었다. 기저질환이 있는 친구들이 아프지 않기를,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사업장에 문제가 없기를.... 오늘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지옥 같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