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 마음이 오는 것.

잠복기일까 걱정했는데, 아이들 상태로 봐서는 코로나 발현이 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가는 느낌이다. 아이들 모두 안정적이고 딱히 열이나 거나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어제까지도 문득문득 스치는 불안감에 안절부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연말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일상의 시작이다.


아이 학교는 방학이 아니라 잠시나마 줌으로 원격 수업이 진행되었다. 자율학습 같은 수업이었지만 그래도 선생님 얼굴을 보고 맞이하는 하루는 또 달랐다. 훨씬 안정적이고 차분해진다. 학교에 대한 필요성이 코로나로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느지막이 시작한 아침, 아이들을 챙기는 시간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연말에 어쩌면 가장 분주하고 바쁠 타임인데 자가격리로 온전히 가족들만 신경 쓰면서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놀 수 있는 시간도 많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 나쁘지 않은가 보다. 이럴 때가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에 이 또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자가격리로 적잖은 충격이 있었는데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지인이나 모임 톡방에 확진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며칠간 공포와 불안의 밤을 보냈던 나로서는 그들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어서 며칠 동안 찾아보고 도움이 될만한 정보와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비타민과 영양제들을 리스트업 해서 전달했다. 어쨌든 확진이라면 경미하지만 증상이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니 그 기간 동안이라도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먹으면 낫겠다 싶은 생각이다.



둘째가 슬슬 지겨운지 백번쯤 나를 불러줄 때,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반가운 문자가 왔다. 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방학에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키트 등을 전달해 주신다고 한다.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집 밖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참 답답하다. 집에 있으면서 충분히 돌아다니고 활동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답답한데 감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폐쇄공포증이 급하게 밀려드는 것 같다.



물론 농촌 지역에서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선생님이 배달해주신 풍성한 선물과 장난감 키트로 오늘은 이틀 정도 늦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었다. 케이크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돼서 미안했는데 또 이렇게 선생님을 통해서 늦게나마 아이들이 만드는 케이크를 맛볼 수 있었다.



키트라고 하기엔 너무 풍성한 케이크 만들기였다. 마음 같으면 당장 딸기를 사러 갔다 왔을 텐데 자가격리 중이라 집에 있는 거라곤 바나나밖에 없다. 아쉽지만 아쉬운 데로 바나나라도 시트 사이에 켜켜이 넣어본다.



나름 생크림도 색깔별로 보내주셔서 크림 느끼하다고 싫어하는 첫째를 위해서 젤 위쪽 시트만 데코레이션 하기로 한다. 옆에 모양을 만들었더니 아들이 어디서 배웠냐며 엄마는 왜 이렇게 잘하냐고 해서 급 데코 부심.... ㅋㅋㅋ


데코 할 수 있는 키트를 보내주셔서 위쪽엔 그래도 딸기와 포도가 올라갔다. 아이들과 오래간만에 만드는 케이크로 오후 시간이 풍성해졌다.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케이크이다.


자가격리로 인해서 사람이 주는 기운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있으면 문득문득 불안함과 걱정에 흔들리는 나를 만난다.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그저 멀리서 찾아와 주기만 해도 그 사람을 통해 얻는 에너지와 기운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온다는 것......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시를 읊조려본다.



이전 04화슬기로운 격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