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격리생활

한꺼풀 자가격리에 대한 후폭풍이 잦아드는 듯한 느낌이다.

걱정과 불안함과 타인들에 대한 걱정 그 외의 것들이 머릿속을 쑤시고 다니는 며칠이 지나서 일까?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도 나도 어수선함보다는 게으른 느낌으로 자가격리 4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며칠동안은 뒷수습과 멘탈을 부여잡는데 에너지를 소진했나보다.

세상 추운 것이 강원도는 -20도를 향해가는 것 같다. 추운 날씨마저 고마웠다.

추우니까 어차피 집에 있을 거였잖아.

이렇게 추운데 어딜 밖에 나가겠어!!


자가격리에 참 걸맞는 날씨다.

집안에 현관문이 이렇게 얼 수 있는거냐??

워낙에 임시적으로 지어진 휴가용 집이라 그런지 현관문 안쪽에 얼음이 도배를 했다. 히터 없이는 거실의 찬바람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제발 주말 까지만 히터의 등유가 남아있어주길!! 주중엔 누구에게라도 부탁해야할 것 같다. 자가격리 기간동안 얼어 죽을 순 없잖아!!

인적 없는 허허벌판이 자가격리에 찰떡이구나TT

답답함에 앞마당으로 나섰다. 다행히 우리집은 허허벌판에 그 누구하나 인적없는 곳이라는 자가격리의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마저 또 감사할 일이였다. 걱정으로 마당에도 나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좀 맑은 공기를 들이마셔야 할 것 같았다. 작은 집에서 아이들과 복작대니 엄청 부대낀다.

너무 추워서 오래 서있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찬바람만 쐬도 살겠네^^


마당앞에서 만난 자연은 느낌이 참 달랐다. 겨울을 온전히 만난 것 같았다. 바람소리도, 물흐르는 소리도 영혼을 맑게 해주는 기분이 든다. 이 기분에 취한 것도 아주 찰나다. 잠깐의 찬바람이 저절로 자가격리 시설인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발달했지만 그 덕분에 지역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이 시골로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도 비대면의 수혜가 많은 날이다. 새벽 버킷 모임도 자가격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할 수 있었고, 아이들의 독서모임 송년회도 줌으로 연결한 날이다.


아이들은 성탄 선물로 받은 레고로 온종일 신났고, 5분 정도 숨쉬러 나온 마당에서 눈집게로 오리만들기도 하고, 아들의 최애템 종이접기는 하루종일해도 질리지도 않는 것 같다.


나름 슬기로운 자가격리 시간인 듯 하다. 나만 돌밥과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야밤이 되어서야 한줄의 기록을 남겨본다. 책 한줄, 스쿼트 한번 못하는 건 무엇 때문인가?? 시간이 없어서는 아닌 것 같은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걸까? 스스로 자책이 올라오는 걸 꾸역꾸역 누르고 나를 토닥이면서 오늘은 잠을 청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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