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밀접접촉자인 나와 아이들은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듣고 집안에 있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집안 소독이 안된 상태로 집에 있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하는 것이 걱정이었다.
도시에서처럼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는 곳이라 소독약도 여유 있게 준비해놓지 않았고, 비상약 상자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간 크게 약 먹고 아플 일도 없었던 덕분에 약상자 챙기기는 소홀했다.
손소독제나 티슈 정도는 학교 준비물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공기 중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소독제가 집에 구비되어 있지 않았고, 혹시라도 아이들이 열이 나거나 내가 열이 났을 때 비상약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는 모든 이불 커버와 베개커버와 시트를 벗겨 빨고 아침저녁으로 공기를 순환시키고 환기를 하는 것이 다였다.
도시처럼 사람들이 가까이 살지 않을 뿐 아니라 학교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도 아이들이 어린 상태라 자가격리라 이곳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공포와 불안을 안고 지낸 며칠이었다. 공포와 불안을 기도와 묵상 그리고 글쓰기로 이겨내고, 무기력증은 아이들의 밝음으로 이겨나가는 중이었다. 또 불안을 이겨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면역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강보조 식품들을 구매했다. 그간 나도 아이들도 따로 영양제나 비타민을 챙겨 먹지 않았던 것에 반성을 하면서 이번 기회에 몇 달이라도 면역력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기로 했다.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6일 만에 TT 택배로 구호물품이 도착했다. 자가격리 기간의 절반이 지나간 시점이라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이라도 집안 곳곳에 소독제를 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멀스멀 올라왔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다행히도 연말에 파티 시즌, 그리고 도시 나들이때 마트 장보기 했던 것으로 냉장고 파먹기가 가능한 시점이라 감사했다. 아니었다면 구호물품이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늦게나마 도착했지만 택배가 와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구호물품 꾸러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실하게 들어있다. 우선 라면과 참치, 햇반으로도 일주일 정도는 넉넉히 지낼만할 것 같다. 거기에 각종 레토르트 식품들이 들어있다.
내가 바라고 원하던 소독제!!! 그리고 손소독제까지... 자가격리가 아닐 때는 약국에서 너무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들이 자가격리가 시작되면서는 세상 소중한 아이템이었다.
나는 우선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고 고열이나 인후통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증상으로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물품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가격리 기간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다면 아플 때 밥을 지어먹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다.
더 다채로운 경험 부자가 되어가는 요즘이다.(그렇지만 코로나 경험까지는 마다하고 싶다). 꼭 경험으로 겪지 않아도 되지만 경험하기에 그걸 이해하고 느끼는 폭은 훨씬 넓어지는 것 같다. 아마도 나도 자가격리가 되어보지 않았다면, 혹은 밀접접촉자가 되어보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그 심정을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경험도 지혜도 더 풍부해서 더 풍요로워질 수 있기도 하다. 모든 어른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그 여유로움과 강인함과 단단함은 아마도 이런 경험의 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도 좀 더 단단하고 여유롭고 강인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돌밥(돌아서면 밥)으로 지친 나를 위로하며 레토르트 식품인 육개장과 사골곰탕으로 간단히 저녁을 차려볼 생각이다.